어젯밤에 무슨 바람이 불었던지 Jesus Christ Superstar를 새삼 돌려보고 화르륵 타올랐습니다.
영화 버전 팬들에게는 돌 맞을 일입니다만 사실 처음엔 테드 닐리가 별로 성에 안 찼더랍니다. 일단 비주얼은 무지하게 취향인데 말이죠. 표지에서부터 '헉, 관상이 딱 예수다! >_<' 하고 필이 퍼억 꽂혔답니다. 황갈색 머리카락과 수염을 뽀대나게 기른 쪼끄만 남자가 푸대자루 같이 헐렁한 흰 옷 하나 덜렁 걸치고 등발 좋은 제자놈들 사이를 종종거리고 돌아다니는 거 느무 좋지 않습니까. 아우우. (옆에 앉으신 어머님은 1분마다 어쩜 저렇게 잘생겼냐며 감탄사를 발하고 계시더이다. 과연 줄리엣 비노쉬의 미모에 퇴짜를 놓으신 어머님, 눈이 높으십니닷)
헌데 뭐가 불만이어서 무려 성에 안 찬다고 왈왈댔느냐 하면, 목소리가 문제였습니다. 들어보신 분은 알겠지만 테드 닐리는 엄청나게 음역이 높습니다. 좀 심하게 억지를 쓰면 여성이라 우겨도 통할 정도로 굉장한 고음이거든요. 3년간 몸과 마음을 바쳐 주의 뜻에 따르고 보니 남은 건 지독한 피로와 환멸과 고통스러운 죽음에 대한 공포밖에 없는 예수의 신경질적이고 불안정한 정신에 무섭게 걸맞는 목소리라고도 생각합니다만 그건 객관적 시점이고, 원무를 추는 사람들의 중앙에서 흰 옷의 예수가 솟아오른 그 순간부터 두근반세근반하며 조금 중후한 목소리를 기대했던 S는 테드 닐리가 입을 열자마자 그만 엎어져서 눈물로 카펫을 적셨던 것입니다. 한 옥타브, 아니 딱 반 옥타브만 낮았어도 난 당신의 포로가 되었을 거야아... 유다의 칼 앤더슨은 무지 좋았는데 말이죠. 풀어헤친 가슴팍도 섹시하고 (스읍) (어딜 보냐 임마)
좌절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거리는 와중에도 The Last Supper와 Gethsemane~I Only Want To Know~만은 귀에 탁 달라붙었습니다. 옙, JCS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이라면 단연 저 두 개입니다. 저런 심장에 나쁜 곡을 연달아 터뜨려 사람을 잡는 JCS는 정의의 응징(from 대한민국 황대장)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취향이 오소독스합니까? 냅두십시오. 좋은 데 어쩝니까.
이 쓴잔을 거두어가 주소서, 어째서 제가 죽어야만 합니까, 제가 죽는다면 도대체 무엇이 보상이 될 수 있습니까, 정말 저의 죽음은 헛되게 끝나지 않겠습니까, 제가 알고 싶은 것은 그것뿐입니다, 대답하십시오 주여!! 하며 고통스럽게 외치는 예수의 Gethsemane도 심히 Good하지만 둘 중에 굳이 하나만 고르라면 S는 Last Supper의 손을 들어줍니다. 곯을 대로 곯아터진 예수와 유다의 갈등이 마침내 폭발하는 대목 아닙니까. >_< 이 빵은 나의 몸이며 이 포도주는 나의 피일찌니 너희가 이를 먹고 마시어 나를 기억하리로다, 라며 진중하게 잘 나누어주다 너희들이 날 기억할 거라 믿은 내가 정신이 나갔다면서 예수가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하면 몇 번을 들어도 등골에 전율이 쫙 흐릅니다. 더 잘할 수도 있었으면서 왜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했느냐고 울부짖는 유다도 그렇고요.
아무튼 필이 꽂혔으니 당장에 어둠의 경로를 슥삭슥삭 훑어 MP3를 찾아냈습니다. 끝도 없이 줄줄이 이어지는 MP3의 행렬 속에서 내가 알긴 뭘 아냐 우하하하하 하며 적당히 찍어서 받았는데, S의 뽑기 운이 너무 좋았던지 듣자마자 기쁨에 몸을 떨며 피 칵 토하고 엎어졌더랍니다. 이, 이거야!! 이게 바로 내가 원했던 거야아아아아아아아아. 훨씬 나중에야 경애하는 사이암(psyam) 님의 사이트에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게 바로 Deep Purple의 리드 보컬로 유명한 이안 길런(Ian Gillan)의 버전이었더군요. 그것도 두 개가 다. 로또 긁어도 되는 거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예이 그렇습니다. 가리늦게 Deep Purple을 찔러본답시고 덤벙거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습니다. 욕망에 정직한 여자.... 훗)
아무튼 사이암 님이 보우하사 1996년 런던 캐스트 버전과 2000년 출시 뮤지컬 DVD 버전을 한 큐에 꿰어서 듣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숨은 팬이 여기서 늦게나마 감사드립니다, 사이암 님. 불행히도 런던 캐스팅의 스티븐 발사모는 목소리가 너무 명민하고 똘똘해서 탈락이고 뮤지컬 DVD의 글렌 카터는 또 S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투박하지 뭡니까; 죄송합니다, 쓰잘데기없이 까다롭습니다;;;
그런데 어젯밤엔 갑자기, 예고도 없이, 이유도 없이, 정말로 느닷없이 영화판 JCS가 그리워졌습니다. 그리우면 보러 가는 것이 순리. 오랜만에 다시 보는 테드 닐리는 여전히 무섭게 뽀대가 나더군요. 그리고는 힉겁했습니다.
"이... 이상해, 처음보다 훨씬 좋다!!!?"
문제의 The Last Supper는 S가 이안 길런 버전에 너무 중독되어 있어서 그저 그랬습니다만, 이렇게 되도록 당신 뭐했느냐고 목이 터져라 울부짖는 유다의 뺨에 손을 뻗는 예수와 그 손을 움켜쥐고 절규하는 유다의 모습은 여전히 로망 아니, 검은 욕망이 뱃속에서 꿈틀거렸 에이 배 쨉니다. 동인녀 이름 석 자 단 여인네로 그 대목에서 두근거리지 않았던 사람 있으면 어디 나와 보십쇼, 구경 좀 하게-3- 확언하건대 이건 절대로 보편적인 타락이라구요! Sue me! 고소할 거냐!!
아니 뭐 어쨌든, 저것들도 제자라고 퍼지르고 누워 코를 골아대는 놈놈들을 슬프게 바라보던 예수가 홀로 여명이 드리워지는 돌산을 기어오르며 미친 듯이 Gethsemane를 토해내는데 소름이 확 끼치더군요. 지치고 슬픔에 빠진 남자의 처절한 절규. 우와, 진짜로 압도당했습니다. 여인이여, 그대의 귀는 정녕 장식물이오 폼다구런가, 산지가 언젠데 그걸 이제야 깨닫고 있느뇨-_- 테, 테드 씨 미안해요, 고음이라고 쨍알쨍알 불평해서 미안해요 이렇게 좋은 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언제 한가할 때 날과 맘을 한꺼번에 잡아서 제대로 감상 좀 해야겠습니다. 소위 귀가 트인다는 게 이런 건가 봅니다. 음, 좋은 경험 했다.
예수님은 수퍼 스타.
보거나 혹은 죽거나 | 2005/05/13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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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드림노트2☆ 2005/05/14 06:58
제목: 수퍼스타 예수그리스도
뮤지컬의 '대왕'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충격적인 데뷔작, 《Jesus Christ Superstar》. 본작은 뮤지컬이 아니라 록 오페라(Rock Opera)로 호칭되고 있는데, 그 표현이 실로 어울립니다. 본편의 악곡을 이??
제목: 수퍼스타 예수그리스도
뮤지컬의 '대왕'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충격적인 데뷔작, 《Jesus Christ Superstar》. 본작은 뮤지컬이 아니라 록 오페라(Rock Opera)로 호칭되고 있는데, 그 표현이 실로 어울립니다. 본편의 악곡을 이??
Tracked from 프린세스 츄츄 ~백조의.. 2005/05/19 00:07
제목: Jesus Christ Superstar
작년 겨울. 모든 동기가 그렇지만, 이 공연과의 인연도 참 별 볼 일 없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냥, 웨버의 작품이라니까 보고 싶은 정도였을텐데.... 그 비싼 티켓을 어떻게 질렀는지 지금은 기억
제목: Jesus Christ Superstar
작년 겨울. 모든 동기가 그렇지만, 이 공연과의 인연도 참 별 볼 일 없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냥, 웨버의 작품이라니까 보고 싶은 정도였을텐데.... 그 비싼 티켓을 어떻게 질렀는지 지금은 기억
Tracked from 動 2007/07/03 12:32
제목: [영화/JCS] THE LAST SUPPER & SUPERSTAR
THE LAST SUPPERFrom Jesus Christ Superstar: The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Album제자놈들 :우리가 겪는 시련 좀 보라졈술독에 빠져 돌아가시게 생겼센지금은 방해하지 마셈, 때 되면 할 건 다 할 테니까날이
제목: [영화/JCS] THE LAST SUPPER & SUPERSTAR
THE LAST SUPPERFrom Jesus Christ Superstar: The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Album제자놈들 :우리가 겪는 시련 좀 보라졈술독에 빠져 돌아가시게 생겼센지금은 방해하지 마셈, 때 되면 할 건 다 할 테니까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