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2제를 완성시키기로 한 번 맹세했으면 무라도 잘라야 하는 법이다.
루니툰즈에 관한 횡설수설로 변화를 좀 줬으니 지금의 본직(?)으로 돌아가자 어기여차.
SIDE A-28. 월동 준비(冬支度)
카이로는 옷 속에 넣어서 몸을 덥히는 난방기구의 일종. 옛날에 한때 엄청 유행했던 손난로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러고 보니 길바닥에서 이러고 있는 거냐 이놈들!?
11월. 사전적으로는 가을로 분류되는 시기이나 날씨는 이미 한겨울이다.
무더위도 질색이고 추위는 조금 더 질색인 카가는 오늘의 기록적인 한파에 대해 뭐라뭐라 불평을 중얼중얼 늘어놓으며 아이스크림은 추운 날 먹어야 왓다라고 방금 하겐다즈 하나를 뚝딱한 기운 넘치는 꼬맹이를 째려보다 기막힌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하야토."
"네?"
"이리 와 봐라."
까닥까닥까닥.
이 사람 틀림없이 뭔가 속셈이 있지 라고 노골적으로 큼지막하게 쓰인 얼굴로 그래도 쭈볏거리며 다가오는 녀석을 후딱 낚아채 풀어헤친 코트 앞자락 속에 쑤셔넣고 발버둥치는 적당한 사이즈의 몸을 꼬옥 끌어안았다. 와우, 따끈따끈.
"캬아~역시 좋다 어린애 체온! 아 이제야 좀 살겠네."
"카, 카가 씨 얼음장 같애....! ....히약, 차가워! 우와우와, 이거 놔요! 내가 얼어붙겠어~!"
"이런 매정한 놈, 추위에 떠는 불쌍한 중생을 구제해주지 않겠단 말이냐."
"전 카이로(カイロ)가 아니란 말이에요!"
"지금은 불우이웃돕기의 계절이라구! 남아도는 체온 나눠주는 게 뭐 대수야!!"
되려 큰소리다.
안면에 세라믹 합금 깐 줄은 예전부터 알았지만 인간 뻔뻔함이 한 경지를 넘으면 아예 그러려니 체념하게 되는지, 하야토는 속으로 갖은 불만을 나열하면서 빳빳하게 긴장한 몸에서 힘을 쭈욱 뺐다. 이렇게 대강대강 용납해주는 게 애초부터 글렀다는 자각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어차피 완력에서는 못 이기거니와─숱많은 머리칼에 얼굴을 파묻고 부비적거리는 감촉도, 다른 의미로 히엑 비명이 나올 법한 목덜미에 와 닿는 따스한 숨결도, 놓칠새라 도망갈새라 꼭꼭 감싸안은 보기좋게 근육이 잡힌 쭉 뻗은 팔이 점점 온기를 되찾아가는 느낌도, 결코 싫진 않으므로.
이 말은 하이텐션이 아닐 때 해주자 마음먹고 (하이텐션일 때 했다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품안에 완전히 체중을 맡기며 종알거렸다.
"할 수 없으니까 이웃 사랑하는 셈치고 계속 붙어 있어 드릴게요."
"오, 겨울이 다 갈 때까지 부탁한다."
무더위도 질색이고 추위는 조금 더 질색인 카가는 오늘의 기록적인 한파에 대해 뭐라뭐라 불평을 중얼중얼 늘어놓으며 아이스크림은 추운 날 먹어야 왓다라고 방금 하겐다즈 하나를 뚝딱한 기운 넘치는 꼬맹이를 째려보다 기막힌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하야토."
"네?"
"이리 와 봐라."
까닥까닥까닥.
이 사람 틀림없이 뭔가 속셈이 있지 라고 노골적으로 큼지막하게 쓰인 얼굴로 그래도 쭈볏거리며 다가오는 녀석을 후딱 낚아채 풀어헤친 코트 앞자락 속에 쑤셔넣고 발버둥치는 적당한 사이즈의 몸을 꼬옥 끌어안았다. 와우, 따끈따끈.
"캬아~역시 좋다 어린애 체온! 아 이제야 좀 살겠네."
"카, 카가 씨 얼음장 같애....! ....히약, 차가워! 우와우와, 이거 놔요! 내가 얼어붙겠어~!"
"이런 매정한 놈, 추위에 떠는 불쌍한 중생을 구제해주지 않겠단 말이냐."
"전 카이로(カイロ)가 아니란 말이에요!"
"지금은 불우이웃돕기의 계절이라구! 남아도는 체온 나눠주는 게 뭐 대수야!!"
되려 큰소리다.
안면에 세라믹 합금 깐 줄은 예전부터 알았지만 인간 뻔뻔함이 한 경지를 넘으면 아예 그러려니 체념하게 되는지, 하야토는 속으로 갖은 불만을 나열하면서 빳빳하게 긴장한 몸에서 힘을 쭈욱 뺐다. 이렇게 대강대강 용납해주는 게 애초부터 글렀다는 자각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어차피 완력에서는 못 이기거니와─숱많은 머리칼에 얼굴을 파묻고 부비적거리는 감촉도, 다른 의미로 히엑 비명이 나올 법한 목덜미에 와 닿는 따스한 숨결도, 놓칠새라 도망갈새라 꼭꼭 감싸안은 보기좋게 근육이 잡힌 쭉 뻗은 팔이 점점 온기를 되찾아가는 느낌도, 결코 싫진 않으므로.
이 말은 하이텐션이 아닐 때 해주자 마음먹고 (하이텐션일 때 했다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품안에 완전히 체중을 맡기며 종알거렸다.
"할 수 없으니까 이웃 사랑하는 셈치고 계속 붙어 있어 드릴게요."
"오, 겨울이 다 갈 때까지 부탁한다."
카이로는 옷 속에 넣어서 몸을 덥히는 난방기구의 일종. 옛날에 한때 엄청 유행했던 손난로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러고 보니 길바닥에서 이러고 있는 거냐 이놈들!?
SIDE B-29. 서투르다(下手)
예전에 쓴 SIDE A-47. 인간말종(ひとでなし)과 동일설정상의 SS.
지벨 님의 블로그에서 inly님의 말씀을 읽고 홀로 숨죽여 웃다가 문득 생각난 네타임. 이런 상황에서 언제나 덤태기는 攻이 홀로 써야하는 법이다. 리버스가 거의 불가한 일본계 BL 바닥에서 남자의 본능을 완전히 포기하고 깔려주기는 뭐 쉬운 줄 아나 -_-
하야토에게 별 생각이나 악의는 전혀 없음. 천연은 원래 그렇다. (.....)
그나저나 요즘은 화끈한 18금이 왜 이렇게 땡기나 몰라;;; (<- 본인은 절대 못 씀;)
"아스카."
파란만장하기로는 작년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한치도 못하지 않았던 제 11회 사이버 포뮬러 월드 그랑프리가 막을 내린지도 약 두 달. SUGO는 2년 연속 챔피언 자리를 따냈고 용케 안 죽고 살아남은 불초 오빠는 아마도 평생 기를 못 펴고 살 금발 미인과 더불어 일단 느긋하게 유럽 여행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사상 최연소 더블원 챔피언의 관록과는 하~등 상관없이, 당장은 모자라는 출석 일수를 벌충하기 위해 레포트 작성에 기쓰고 열 올리는 소꿉친구더러 기운 내라고 따끈한 밀크티를 한 잔 타다 주었을 때까지만 해도 꽃다운 17세 미소녀 스고 아스카의 일상은 평온했다.
최소한 한참 노트북 화면과 눈싸움을 하던 소꿉친구 겸 남자친구(일단은)가 고개를 들고 세상 고뇌는 다 짊어진 듯한 움찔하도록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를 올려다본 그 순간까지는.
".....나, 혹시 불감증인 거 아닐까?"
쟁반을 뽀개먹지 않은 건 순전히 기적이었다.
내가 지금 얘한테 뭔 말을 들은 걸까 오호호호호호. 허여멀건 백지 상태의 정신이 허공으로 도피를 꾀하는 아스카를 대체 무어라 여겼는진 오로지 그 머릿속에 든 어벙한 생물 한 마리나 알 일이나, 하야토는 여전히 심각한 얼굴에 심각한 목소리를 고수하며 제멋대로 고민에 잠겨들고 있었다.
"왜 저기, 그... 해도 별로 좋지도 않고, 별다른 감흥을 못 느끼는 게 불감증이잖아?"
누가 그걸 몰라서 이러는 줄 아나. 천상의 미소를 띄우고 공중으로 날갯짓하는 혼을 가까스로 붙잡아 머리에 도로 밀어넣은 아스카는 이 철딱서니 없는 소년의 멱살을 움켜쥐고 짤짤 흔들어 주려다 다음의 초대형 플루토늄 폭탄 공습에 모든 걸 콤마 1초만에 까먹고 말았다.
"근데 나, 카가 씨랑 해도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통 모르겠단 말야.... 내 나이에 큰일 아닐까 이거."
맨 처음 새애하야아안 뇌리에 새까맣게 떠오른 문구는, ─아아 그러냐 했냐 역시 했구나, 였다.
뒤이어서,
너 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니.
한 떨기 백합같은 열 일곱 소녀에게 뭘 묻는 거얏!!! 뭐라 대답하라고!
내 뭐가 아쉬워서 (아마도) 장래 남편의 - 더구나 상대는 남자 - 성생활 상담까지 떠맡아야 하냐!?
어째서 기대에 찬 눈동자로 날 바라보는데!!?
카가 씨는 애한테 뭔 짓을 저지른 거야 아직 열 다섯이라고 열 다서어어어어엇!!!
아니, 설마 이미 작년에 다 끝났다던가!?
적어도 3년 정돈 기다려야 할 일이잖아아아아앗!!!!
그런데 그 사람이 설마 테크...닉이 딸릴 리도 없겠....고.... 웬 불감증?
.....호, 혹시 초심자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하드한 플레이를!?
도구라던가 48수라던가 XXX라던가 YYY라던가 ZZZ라던가 삐-라던가 삐이 삐─라던가 삐이삐이삐───라던가 이쪽의 의사는 전혀 존중치 않고 자기 좋을대로 그러고 저러고,
거기까지 휘리릭 한 번에 몰아서 생각(사실은 망상)하다 아스카는 캬악 얼굴을 붉혔다.
".....하......"
"응?"
"하야토 바보─!!!"
무게 0.9kg의 크리스털 쟁반을 사태 파악 안 된 하야토의 머리에 집어던지고 한 손으로 입을 막고 치렁치렁한 결 고운 갈색 머리칼을 출렁출렁 나부끼며 걸리면 넘어질 듯 톡 치면 무너질 듯 하늘하늘 상처입은 여인의 모습으로 구슬 같은 눈물을 뿌리며 달아나는 아스카는 나름대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ZERO 3편 참조)
'엄마! 엄마 딸은 더럽혀졌어요~~!'
여고에 다니는 열 일곱 소녀로서 BL 한 번 안 보고 살아남기란 불가능한 법이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오빠아아아아아아아앗!!!!!"
『아스카... 귀 떨어지겠구나. 감도가 좋은 전화다. 목청을 돋구지 않아도 잘 들린다. 조용조용히 이야기해라. 모름지기 대화란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조곤조곤 나누어야 하는 법이다. 상대를 위압하고 압도하며 우위를 점거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품격과 분위기와 문장의 내용이지 목소리의 높낮이가 아님을 기억하도록 해라. 소리를 지르고 악을 쓰면 토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여기는 어리석고 천박한 족속들이 어딜 가나 꼭 하나둘은 있는데,』
"설교는 됐어. 됐으니까 당장 돌아와 어서 돌아와 냉큼 돌아와!!"
『소리를 높이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보다 네가 얼마나 무리한 주문을 하는지 알기나 아는 거냐? 대체가, 여기는 이탈리아다. 지금 당장 일본행 비행기를 탈 수 있을리도 없으려니와 가는 데만 14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더구나 도착한지 불과 세 시간도 안 된 판국이다. 이 아름다운 도시 로마에서 고대의 정취에 흠뻑 젖어들어 지친 몸과 마음의 휴식을 꾀하고 재충전을 도모한다는 이 오빠의 사소하고 소박한 계획을 아닌 밤중에 홍두깨같은 소리로 망치려는 것이 정녕 하나뿐인 동생이 할 일이냐? 어디 그뿐이냐, 기내에서 말문을 트고 마침내는 속마저 터놓게 된 아름다운 카테리나와의 약속도 지켜야만 한다. 숙녀와 식사를 같이 할 약속을 하고도 지키지 않는 것이야말로 영국 신사로서 반드시 피해야 할 행위,』
클레어는 어쨌냐고 묻지 말자.
아스카는 톤을 쫙 깔고 지옥 밑바닥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집 애가 남자한테 도저히 입에 못 담을 XXX하고 YYY하고 ZZZ한 짓을 당하고 있어도 좋아?"
『.........가장 빠른 비행기로 돌아가마. 만나서 이야기하자꾸나.』
스고 오사무와 스고 아스카 남매.
카자미 하야토의 진짜 아빠 엄마는 그들이라 해야 하리라.
페도파일일지는 모르되(;) 범죄자는 결코 아닌 블리드 카가 씨의 명예를 위해 부연하자면, 모든 것은 한창 짐승일 나이의 호르몬 왕성한 스물 총각과 미성숙하고 다 자라려면 한참 멀고 먼 열 다섯 꼬맹이가 허구헌날 엇박자만 두드리고 있는데서 비롯되는 문제로 하여간 하야토가 아직 너무 어린 게 핵심이고 그걸 고려해 적절히 보조를 맞춰주지 못한 카가의 잘못인 셈이다. 한 마디로 어떤 의미 테크닉의 부족이 맞긴 맞는데, 잊기 쉽지만 그 역시 올해 딱 스물 된 파릇파릇한 청춘이니 뭐라 대놓고 탓할 수도 없다.
결국 제일의 해결책은 시간이려니.
어쨌건 그걸 저어어어어언혀 알 리 없는 하야토의 속 편한 발언과 청보법 수호에 불타는 스고 남매.
피와 살이 춤추는 스너프의 현장까지 앞으로.... 24시간?
파란만장하기로는 작년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한치도 못하지 않았던 제 11회 사이버 포뮬러 월드 그랑프리가 막을 내린지도 약 두 달. SUGO는 2년 연속 챔피언 자리를 따냈고 용케 안 죽고 살아남은 불초 오빠는 아마도 평생 기를 못 펴고 살 금발 미인과 더불어 일단 느긋하게 유럽 여행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사상 최연소 더블원 챔피언의 관록과는 하~등 상관없이, 당장은 모자라는 출석 일수를 벌충하기 위해 레포트 작성에 기쓰고 열 올리는 소꿉친구더러 기운 내라고 따끈한 밀크티를 한 잔 타다 주었을 때까지만 해도 꽃다운 17세 미소녀 스고 아스카의 일상은 평온했다.
최소한 한참 노트북 화면과 눈싸움을 하던 소꿉친구 겸 남자친구(일단은)가 고개를 들고 세상 고뇌는 다 짊어진 듯한 움찔하도록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를 올려다본 그 순간까지는.
".....나, 혹시 불감증인 거 아닐까?"
쟁반을 뽀개먹지 않은 건 순전히 기적이었다.
내가 지금 얘한테 뭔 말을 들은 걸까 오호호호호호. 허여멀건 백지 상태의 정신이 허공으로 도피를 꾀하는 아스카를 대체 무어라 여겼는진 오로지 그 머릿속에 든 어벙한 생물 한 마리나 알 일이나, 하야토는 여전히 심각한 얼굴에 심각한 목소리를 고수하며 제멋대로 고민에 잠겨들고 있었다.
"왜 저기, 그... 해도 별로 좋지도 않고, 별다른 감흥을 못 느끼는 게 불감증이잖아?"
누가 그걸 몰라서 이러는 줄 아나. 천상의 미소를 띄우고 공중으로 날갯짓하는 혼을 가까스로 붙잡아 머리에 도로 밀어넣은 아스카는 이 철딱서니 없는 소년의 멱살을 움켜쥐고 짤짤 흔들어 주려다 다음의 초대형 플루토늄 폭탄 공습에 모든 걸 콤마 1초만에 까먹고 말았다.
"근데 나, 카가 씨랑 해도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통 모르겠단 말야.... 내 나이에 큰일 아닐까 이거."
맨 처음 새애하야아안 뇌리에 새까맣게 떠오른 문구는, ─아아 그러냐 했냐 역시 했구나, 였다.
뒤이어서,
너 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니.
한 떨기 백합같은 열 일곱 소녀에게 뭘 묻는 거얏!!! 뭐라 대답하라고!
내 뭐가 아쉬워서 (아마도) 장래 남편의 - 더구나 상대는 남자 - 성생활 상담까지 떠맡아야 하냐!?
어째서 기대에 찬 눈동자로 날 바라보는데!!?
카가 씨는 애한테 뭔 짓을 저지른 거야 아직 열 다섯이라고 열 다서어어어어엇!!!
아니, 설마 이미 작년에 다 끝났다던가!?
적어도 3년 정돈 기다려야 할 일이잖아아아아앗!!!!
그런데 그 사람이 설마 테크...닉이 딸릴 리도 없겠....고.... 웬 불감증?
.....호, 혹시 초심자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하드한 플레이를!?
도구라던가 48수라던가 XXX라던가 YYY라던가 ZZZ라던가 삐-라던가 삐이 삐─라던가 삐이삐이삐───라던가 이쪽의 의사는 전혀 존중치 않고 자기 좋을대로 그러고 저러고,
거기까지 휘리릭 한 번에 몰아서 생각(사실은 망상)하다 아스카는 캬악 얼굴을 붉혔다.
".....하......"
"응?"
"하야토 바보─!!!"
무게 0.9kg의 크리스털 쟁반을 사태 파악 안 된 하야토의 머리에 집어던지고 한 손으로 입을 막고 치렁치렁한 결 고운 갈색 머리칼을 출렁출렁 나부끼며 걸리면 넘어질 듯 톡 치면 무너질 듯 하늘하늘 상처입은 여인의 모습으로 구슬 같은 눈물을 뿌리며 달아나는 아스카는 나름대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ZERO 3편 참조)
'엄마! 엄마 딸은 더럽혀졌어요~~!'
여고에 다니는 열 일곱 소녀로서 BL 한 번 안 보고 살아남기란 불가능한 법이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오빠아아아아아아아앗!!!!!"
『아스카... 귀 떨어지겠구나. 감도가 좋은 전화다. 목청을 돋구지 않아도 잘 들린다. 조용조용히 이야기해라. 모름지기 대화란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조곤조곤 나누어야 하는 법이다. 상대를 위압하고 압도하며 우위를 점거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품격과 분위기와 문장의 내용이지 목소리의 높낮이가 아님을 기억하도록 해라. 소리를 지르고 악을 쓰면 토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여기는 어리석고 천박한 족속들이 어딜 가나 꼭 하나둘은 있는데,』
"설교는 됐어. 됐으니까 당장 돌아와 어서 돌아와 냉큼 돌아와!!"
『소리를 높이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보다 네가 얼마나 무리한 주문을 하는지 알기나 아는 거냐? 대체가, 여기는 이탈리아다. 지금 당장 일본행 비행기를 탈 수 있을리도 없으려니와 가는 데만 14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더구나 도착한지 불과 세 시간도 안 된 판국이다. 이 아름다운 도시 로마에서 고대의 정취에 흠뻑 젖어들어 지친 몸과 마음의 휴식을 꾀하고 재충전을 도모한다는 이 오빠의 사소하고 소박한 계획을 아닌 밤중에 홍두깨같은 소리로 망치려는 것이 정녕 하나뿐인 동생이 할 일이냐? 어디 그뿐이냐, 기내에서 말문을 트고 마침내는 속마저 터놓게 된 아름다운 카테리나와의 약속도 지켜야만 한다. 숙녀와 식사를 같이 할 약속을 하고도 지키지 않는 것이야말로 영국 신사로서 반드시 피해야 할 행위,』
클레어는 어쨌냐고 묻지 말자.
아스카는 톤을 쫙 깔고 지옥 밑바닥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집 애가 남자한테 도저히 입에 못 담을 XXX하고 YYY하고 ZZZ한 짓을 당하고 있어도 좋아?"
『.........가장 빠른 비행기로 돌아가마. 만나서 이야기하자꾸나.』
스고 오사무와 스고 아스카 남매.
카자미 하야토의 진짜 아빠 엄마는 그들이라 해야 하리라.
페도파일일지는 모르되(;) 범죄자는 결코 아닌 블리드 카가 씨의 명예를 위해 부연하자면, 모든 것은 한창 짐승일 나이의 호르몬 왕성한 스물 총각과 미성숙하고 다 자라려면 한참 멀고 먼 열 다섯 꼬맹이가 허구헌날 엇박자만 두드리고 있는데서 비롯되는 문제로 하여간 하야토가 아직 너무 어린 게 핵심이고 그걸 고려해 적절히 보조를 맞춰주지 못한 카가의 잘못인 셈이다. 한 마디로 어떤 의미 테크닉의 부족이 맞긴 맞는데, 잊기 쉽지만 그 역시 올해 딱 스물 된 파릇파릇한 청춘이니 뭐라 대놓고 탓할 수도 없다.
결국 제일의 해결책은 시간이려니.
어쨌건 그걸 저어어어어언혀 알 리 없는 하야토의 속 편한 발언과 청보법 수호에 불타는 스고 남매.
피와 살이 춤추는 스너프의 현장까지 앞으로.... 24시간?
예전에 쓴 SIDE A-47. 인간말종(ひとでなし)과 동일설정상의 SS.
지벨 님의 블로그에서 inly님의 말씀을 읽고 홀로 숨죽여 웃다가 문득 생각난 네타임. 이런 상황에서 언제나 덤태기는 攻이 홀로 써야하는 법이다. 리버스가 거의 불가한 일본계 BL 바닥에서 남자의 본능을 완전히 포기하고 깔려주기는 뭐 쉬운 줄 아나 -_-
하야토에게 별 생각이나 악의는 전혀 없음. 천연은 원래 그렇다. (.....)
그나저나 요즘은 화끈한 18금이 왜 이렇게 땡기나 몰라;;; (<- 본인은 절대 못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