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대체 얼마만의 SS냐;;; 하여간 지금 달팽이가 3보 전진했다 2보 후퇴하는 페이스로(...) 끙끙대며 쓰고 있는 설탕물의 중화용. 엿새 늦었지만(...) 아무튼 열 번째 생일 축하해요 블리드 카가 씨. 앞으로 9년만 있으면 운명의 상대;가 눈앞에 제발로 굴러들어올 터이니 몸 간수 잘하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쇼.
하여간 이런 걸 생일 축하랍시고 쓰고 있는 나 자신에게 지독한 회의를 느꼈으나, 뮤즈 지벨 님이 제공해 주신 (물귀신 근성을 발휘하셨다고도 한다;) Road to the Infinity 2의 슈마하 고글; 카가 씨와 SIN의 온갖 삽질을 일거에 부정해 버리는 파란만장한 대사 퍼레이드-_-;;에 분노가 바글바글 끓어올라 기냥 밀고 나가기로 했음. ('이혼한 부부가 가끔 만나 우정을 유지하는 광경'이라고라!!! 빌어먹을 세상이 다 용서해도 난 결코 용서 못해애애애애애애애애애!!!!) 어차피 소화해야 할 호노보노 네타는 한 여덟 개;쯤 쌓여 있는데 뭘.
(질기지만 S는 이래봬도 카가 씨 팬 맞음;)
SIDE A-15. 바깥은 하얀 눈의 밤(外は白い雪の夜)
이런 테러 저질러놓고 생일 축하용 단편이라 주장하는 뻔뻔하고 뱃심 좋은 한국 동인녀 예이~ (....) 화내지 말아요. 호노보노 또 써 주면 될 거 아냐 -3- (어차피 설탕물 리퀘도 완성해야 하고... OTL)
길 가다 문득 번개처럼(...) 떠오른 영상에 영감을 얻은 단편. 덤으로 그간 어떻게 좀 써먹어보는 게 소원이었던 신경 마비 네타 제 1탄. 1탄이라는 얘기는 이 뒤로 또 있다는 얘기인가 어이;;; 두 군데가 해결이 안 되어서 며칠을 죽어라고 끙끙거렸다. 타임 라인은 읽으시는 분 마음대로.
사족이지만 주치의는 닥터 에델만. 물론 SAGA 7편에서 왕자님이 동원하셨던 사람 좋아 보이는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이다.
하얀 눈에 살포시 덮인 새까만 더플 코트를 발견했다.
옷깃 위를 감싼 폭신한 크림색의 목도리와, 소매 아래를 덮은 까만 장갑과, 그리고 눈밭 위에 함부로 흐트러진 갈색 머리카락.
머리카락에 덮인 창백한 얼굴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머리맡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장갑을 벗어 바람에 살며시 흔들리는 앞 머리칼에 손을 뻗는다.
채 닿기 전에 파랗게 질린 입술이 달싹이며 조그맣게 말을 토해냈다.
"아직 괜찮아요."
눈을 뜨지도 않고 하야토는 다시 한 번 말했다.
"저, 아직 괜찮아요."
온 몸에서 힘이 빠졌다.
싸느라히 말라붙은 심장이 서서히 제 온기를 되찾아감에 따라, 이번에는 거의 증오에 가까운 분노가 폭발적으로 솟구쳐올랐다. 할 수만 있다면 무방비하게 드러난 한 줌도 안 될 성 싶은 목을 잡아비틀어 분질러 버리고 싶었다. 아니 오히려 지금 당장 갈기갈기 찢어발겨도 시원찮다. 아직 영영 가 버리지 않은 데 대한 안도감만큼이나 명백한 살의를 느끼며 카가는 이를 뿌득 갈았다. 배출구를 찾지 못해 미친듯이 내부에서 날뛰어대는 분노로 눈앞이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넌, 도대체 어떤 심정으로 내가 널 지켜보고 있는지 정말로 알기나 하는 거냐.
하야토가 불쑥 입을 연 것은 그때였다.
".......이 빌어먹을 꼬맹이가....."
"....헤에?"
돌발적인 한 마디에 박자를 놓쳐버렸다.
"망할 자식. 병신 삽질도 어지간히 해라. 몸도 성치 않은 게 어딜 싸돌아다니고 지랄이냐. 대체 여기까진 뭔 수로 기어나왔냐. 사고당하고 싶어 환장한 거냐. 네놈이 지금 팔자좋게 이런 데 자빠져 있을 군번이냐. 환자는 얌전히 침대에 처박혀서 잠이나 자라. 너 때문에 지금 발칵 뒤집혔다. 스고 형씨는 하는 일이 지지부진하다며 경찰과 대판 싸움질이고 왕자님은 사설 부대까지 동원하고 개판도 그런 개판이 없다. 아스카를 몇 번 울리면 속이 시원하겠냐. 이럴 거면 차라리 얼른 뒈져버려. 왜 여태 뻔뻔하게 명줄 붙이고 살아 있는 거냐."
국어책을 읽어내려가는 것과 흡사한 담담한 어조로 거기까지 또박또박 읊고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덧붙였다.
"......걱정했단 말이다."
말을 마치고, 하야토는 살짝 웃었다.
"카가 씨, 머릿속 엉망진창이네요."
하도 어이가 없어 욕지거리도 못하는 카가에게 하야토는 여전히 대수롭지 않은 듯 말을 이었다.
"걱정 끼쳐서, 정말 죄송해요. 그렇지만 눈이 내린다니까 도저히 가만 있을 수가 없어서. ─이게 아마, 마지막일 테니까."
바로 직전까지 들끓었던 분노가 한순간에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어 버렸다.
눈에 촉촉히 젖어든 머리카락을 가만히 쓸어넘기며 투덜댔다.
"....누구 때문이냐."
목소리는 용케 떨리지 않았다.
"저 때문이겠죠... 후후."
하야토는 한 번도 눈을 뜨지 않았다.
떠도 뜨지 않아도, 다를 게 없기 때문에.
먼저 과중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제 기능을 상실한 것은 시신경이었다. 그 뒤를 청신경이 따랐다. 미각신경과 후각신경은 새삼 손상되고 어쩌고도 없이 이미 구실을 다하지 못한지 오래되었다. 마지막 남은 감각마저 잃기란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주치의는 침통한 어조로 선고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급속도로 쇠퇴하고 있는 촉각 신경은 이미 어지간히 강한 자극이 아니면 좀처럼 인지하게 못하게 되었다.
이젠, 근 동상에 걸릴 때까지 눈에 파묻혀 있지 않으면 눈이 내렸는지의 여부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이다.
엉망으로 망가져가는 몸에 비례해 날이 갈수록 더욱 더 넓어지고 날카로워져만 가는 제로가 감각의 공백을 완벽히 메꾸고 있으나, 24시간 지속되는 전방위 지각은 피폐할대로 피폐해진 신경을 칼로 난도질하기나 다름없었다. 물 한 모금 제대로 넘기지 못하리만큼 몸이 축나버려 결국 영양제 주사로 대체해야만 했던 날, 얼른 뒈지고 싶어 안달이 났느냐고 멱살을 잡았을 때 하야토는 그저 웃기만 했다. 자력으로 어떻게 되는 일이 아니에요, 카가 씨. 꽤나 예전의 일이었다. 깨어 있는 것조차 힘겨워해 하루의 대부분을 자면서 보내게 된 것도 역시 꽤 오래 전의 일이다.
점차 늘어만 가는 수면 시간, 차츰 현실에서 멀어져 가는 의식. 일흔 두 시간을 한 번도 깨어나지 않고 내처 잤을 때는 정말로 모든 게 끝장났다고 생각했었다. 올 일이 왔다고 각오하길 십수 차례. 체념은 할 만큼 했다고 여겼으나,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믿은 건 착각일 따름이어서, 방금 같은 광경 하나만으로 매번 매번 심장이 만 갈래로 쪼개지는 듯한 충격으로 머릿속이 희게 얼어붙고 숨결조차 멎어버리는데, 나는 과연 네가 더 이상 어디에도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번번이 기적적으로 이쪽에 되돌아와 주었지만, 항상 기적에도 한계는 있는 법, 그마저 끝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 봄을 기약할 수 없으리라고 의사는 말했다.
"....카가 씨."
"아?"
"...왜 하필 공주님 안기예요...?"
"당연히 내가 이쪽이 편해서다. 불만 있어?"
"하다 못해 업는 걸로 해주세요....! 이게 뭐예요, 저더러 이러고 집까지 가란 말입니까?"
"아 시끄러! 제 발로 걷지도 못하는 놈은 닥쳐!"
이 상황에도 여전히 입은 살아 불평을 종알대는 녀석을 꼭 끌어안았다. 좀 아팠는지 윽, 하고 숨을 짧게 삼킨다.
한때 그리도 생기로 넘쳐흘렀던 이 가늘고 여린 몸에서, 지금은 그 생기와 함께 '카자미 하야토'라는 한 인간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주체할 수 없이 새어나가고 있다. 마치 놓치지 않으려 있는 힘껏 움켜쥐어도 손가락 틈새로 술술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아무리 애써도 한 번 쏟아버린 모래를 완전히 주워담을 수 없듯이, 그 역시 매번 돌아오기는 하되 조금씩 돌아오지 않고 있다. 느리지만 뚜렷하게 한 발 한 발 다가오는 예정된 파국. 하나씩 하나씩 분명하게 조각을 잃어가며 한없이 옅어져가다 마침내는 빛과 색을 잃고 완전히 투명해져 버릴 이 청년을 소용이 없는 줄 알면서도 기어코 부여잡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그의 이기심이다. 조금만 더. 네가 곧 영영 사라지리란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기엔 나는 미처 준비가 되지 않았어. 힘을 조금만 주어도 으스러질 것 같은 더욱 가늘어진 어깨를 잡을 때마다 소스라쳐 가슴이 서늘해지는 감촉에 익숙해지는 데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했는데. 이토록 일말의 유예도 없이, 뭐가 그리 조바심이 나서 너는 내 손에서 서둘러 벗어나려 하고 있는 거냐.
그러니까, 조금만 더.
양팔이 목에 감겨왔다.
"카가 씨."
어깨에 머리의 묵직한 무게가 파고들고, 따뜻한 숨결에 섞인 나지막한 소근거림이 귓전에 닿는다.
"이제 그만, 절 놓아주세요."
나를 여기에 구속하는 건 당신의 온기뿐이니까.
끝까지 대답은 없었다.
옷깃 위를 감싼 폭신한 크림색의 목도리와, 소매 아래를 덮은 까만 장갑과, 그리고 눈밭 위에 함부로 흐트러진 갈색 머리카락.
머리카락에 덮인 창백한 얼굴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머리맡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장갑을 벗어 바람에 살며시 흔들리는 앞 머리칼에 손을 뻗는다.
채 닿기 전에 파랗게 질린 입술이 달싹이며 조그맣게 말을 토해냈다.
"아직 괜찮아요."
눈을 뜨지도 않고 하야토는 다시 한 번 말했다.
"저, 아직 괜찮아요."
온 몸에서 힘이 빠졌다.
싸느라히 말라붙은 심장이 서서히 제 온기를 되찾아감에 따라, 이번에는 거의 증오에 가까운 분노가 폭발적으로 솟구쳐올랐다. 할 수만 있다면 무방비하게 드러난 한 줌도 안 될 성 싶은 목을 잡아비틀어 분질러 버리고 싶었다. 아니 오히려 지금 당장 갈기갈기 찢어발겨도 시원찮다. 아직 영영 가 버리지 않은 데 대한 안도감만큼이나 명백한 살의를 느끼며 카가는 이를 뿌득 갈았다. 배출구를 찾지 못해 미친듯이 내부에서 날뛰어대는 분노로 눈앞이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넌, 도대체 어떤 심정으로 내가 널 지켜보고 있는지 정말로 알기나 하는 거냐.
하야토가 불쑥 입을 연 것은 그때였다.
".......이 빌어먹을 꼬맹이가....."
"....헤에?"
돌발적인 한 마디에 박자를 놓쳐버렸다.
"망할 자식. 병신 삽질도 어지간히 해라. 몸도 성치 않은 게 어딜 싸돌아다니고 지랄이냐. 대체 여기까진 뭔 수로 기어나왔냐. 사고당하고 싶어 환장한 거냐. 네놈이 지금 팔자좋게 이런 데 자빠져 있을 군번이냐. 환자는 얌전히 침대에 처박혀서 잠이나 자라. 너 때문에 지금 발칵 뒤집혔다. 스고 형씨는 하는 일이 지지부진하다며 경찰과 대판 싸움질이고 왕자님은 사설 부대까지 동원하고 개판도 그런 개판이 없다. 아스카를 몇 번 울리면 속이 시원하겠냐. 이럴 거면 차라리 얼른 뒈져버려. 왜 여태 뻔뻔하게 명줄 붙이고 살아 있는 거냐."
국어책을 읽어내려가는 것과 흡사한 담담한 어조로 거기까지 또박또박 읊고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덧붙였다.
"......걱정했단 말이다."
말을 마치고, 하야토는 살짝 웃었다.
"카가 씨, 머릿속 엉망진창이네요."
하도 어이가 없어 욕지거리도 못하는 카가에게 하야토는 여전히 대수롭지 않은 듯 말을 이었다.
"걱정 끼쳐서, 정말 죄송해요. 그렇지만 눈이 내린다니까 도저히 가만 있을 수가 없어서. ─이게 아마, 마지막일 테니까."
바로 직전까지 들끓었던 분노가 한순간에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어 버렸다.
눈에 촉촉히 젖어든 머리카락을 가만히 쓸어넘기며 투덜댔다.
"....누구 때문이냐."
목소리는 용케 떨리지 않았다.
"저 때문이겠죠... 후후."
하야토는 한 번도 눈을 뜨지 않았다.
떠도 뜨지 않아도, 다를 게 없기 때문에.
먼저 과중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제 기능을 상실한 것은 시신경이었다. 그 뒤를 청신경이 따랐다. 미각신경과 후각신경은 새삼 손상되고 어쩌고도 없이 이미 구실을 다하지 못한지 오래되었다. 마지막 남은 감각마저 잃기란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주치의는 침통한 어조로 선고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급속도로 쇠퇴하고 있는 촉각 신경은 이미 어지간히 강한 자극이 아니면 좀처럼 인지하게 못하게 되었다.
이젠, 근 동상에 걸릴 때까지 눈에 파묻혀 있지 않으면 눈이 내렸는지의 여부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이다.
엉망으로 망가져가는 몸에 비례해 날이 갈수록 더욱 더 넓어지고 날카로워져만 가는 제로가 감각의 공백을 완벽히 메꾸고 있으나, 24시간 지속되는 전방위 지각은 피폐할대로 피폐해진 신경을 칼로 난도질하기나 다름없었다. 물 한 모금 제대로 넘기지 못하리만큼 몸이 축나버려 결국 영양제 주사로 대체해야만 했던 날, 얼른 뒈지고 싶어 안달이 났느냐고 멱살을 잡았을 때 하야토는 그저 웃기만 했다. 자력으로 어떻게 되는 일이 아니에요, 카가 씨. 꽤나 예전의 일이었다. 깨어 있는 것조차 힘겨워해 하루의 대부분을 자면서 보내게 된 것도 역시 꽤 오래 전의 일이다.
점차 늘어만 가는 수면 시간, 차츰 현실에서 멀어져 가는 의식. 일흔 두 시간을 한 번도 깨어나지 않고 내처 잤을 때는 정말로 모든 게 끝장났다고 생각했었다. 올 일이 왔다고 각오하길 십수 차례. 체념은 할 만큼 했다고 여겼으나,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믿은 건 착각일 따름이어서, 방금 같은 광경 하나만으로 매번 매번 심장이 만 갈래로 쪼개지는 듯한 충격으로 머릿속이 희게 얼어붙고 숨결조차 멎어버리는데, 나는 과연 네가 더 이상 어디에도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번번이 기적적으로 이쪽에 되돌아와 주었지만, 항상 기적에도 한계는 있는 법, 그마저 끝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 봄을 기약할 수 없으리라고 의사는 말했다.
"....카가 씨."
"아?"
"...왜 하필 공주님 안기예요...?"
"당연히 내가 이쪽이 편해서다. 불만 있어?"
"하다 못해 업는 걸로 해주세요....! 이게 뭐예요, 저더러 이러고 집까지 가란 말입니까?"
"아 시끄러! 제 발로 걷지도 못하는 놈은 닥쳐!"
이 상황에도 여전히 입은 살아 불평을 종알대는 녀석을 꼭 끌어안았다. 좀 아팠는지 윽, 하고 숨을 짧게 삼킨다.
한때 그리도 생기로 넘쳐흘렀던 이 가늘고 여린 몸에서, 지금은 그 생기와 함께 '카자미 하야토'라는 한 인간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주체할 수 없이 새어나가고 있다. 마치 놓치지 않으려 있는 힘껏 움켜쥐어도 손가락 틈새로 술술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아무리 애써도 한 번 쏟아버린 모래를 완전히 주워담을 수 없듯이, 그 역시 매번 돌아오기는 하되 조금씩 돌아오지 않고 있다. 느리지만 뚜렷하게 한 발 한 발 다가오는 예정된 파국. 하나씩 하나씩 분명하게 조각을 잃어가며 한없이 옅어져가다 마침내는 빛과 색을 잃고 완전히 투명해져 버릴 이 청년을 소용이 없는 줄 알면서도 기어코 부여잡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그의 이기심이다. 조금만 더. 네가 곧 영영 사라지리란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기엔 나는 미처 준비가 되지 않았어. 힘을 조금만 주어도 으스러질 것 같은 더욱 가늘어진 어깨를 잡을 때마다 소스라쳐 가슴이 서늘해지는 감촉에 익숙해지는 데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했는데. 이토록 일말의 유예도 없이, 뭐가 그리 조바심이 나서 너는 내 손에서 서둘러 벗어나려 하고 있는 거냐.
그러니까, 조금만 더.
양팔이 목에 감겨왔다.
"카가 씨."
어깨에 머리의 묵직한 무게가 파고들고, 따뜻한 숨결에 섞인 나지막한 소근거림이 귓전에 닿는다.
"이제 그만, 절 놓아주세요."
나를 여기에 구속하는 건 당신의 온기뿐이니까.
끝까지 대답은 없었다.
이런 테러 저질러놓고 생일 축하용 단편이라 주장하는 뻔뻔하고 뱃심 좋은 한국 동인녀 예이~ (....) 화내지 말아요. 호노보노 또 써 주면 될 거 아냐 -3- (어차피 설탕물 리퀘도 완성해야 하고... OTL)
길 가다 문득 번개처럼(...) 떠오른 영상에 영감을 얻은 단편. 덤으로 그간 어떻게 좀 써먹어보는 게 소원이었던 신경 마비 네타 제 1탄. 1탄이라는 얘기는 이 뒤로 또 있다는 얘기인가 어이;;; 두 군데가 해결이 안 되어서 며칠을 죽어라고 끙끙거렸다. 타임 라인은 읽으시는 분 마음대로.
사족이지만 주치의는 닥터 에델만. 물론 SAGA 7편에서 왕자님이 동원하셨던 사람 좋아 보이는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