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의 새벽도 독파 (소요 시간 57분;)

삼국남자킬러연의 | 2006/07/03 21:50

카노 아쯔시의 <손책(孫策)>이 구절구절마다 공포와 닭살과 난감함과 기타 등등등;으로 철철철철 넘쳐흘러 도저히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미적대던 차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라니 오옷 무서워서 몸이 떨린다 부들부들부들부들;;;) 오늘 드디어 손책과 주유의 소년 시절을 다룬 타키구치 린린(滝口琳々)의 프린세스 코믹 <강동의 새벽(江東の暁)>이 도착. 이예~이!!!

한 줄 감상 : 주인공 주유 공근・히로인 손책 백부의 러브 로맨스. 끝.

아니아니아니, 농담이니까! ;;; 돌아가지 말아욧!!!! ;;;;;
헌데 따지고 보면 아주 틀린 말도 아니라는 게 싫다. 젠장 OTL
(부연하지만 본서는 적벽의 연회와 같은 우정의 탈을 쓴 호모물[차별 용어]이 아닌 지극히 노멀한 스트레이트 순정 만화임; 하여간 이놈의 단금.... [빠드드득])

등장하고 딱 두.페.이.지.만에 손책에게 마구잡이로 휘둘리면서 미친듯이 망가지는 주유는 이미 팔자려니 하고;;; 1화에서 "농담하지 말앗!! 네 옆에 있다간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고!!" 라며 눈 치뜨고 펄펄 뛸 때는 언제고 바로 4화에서 눈물까지 펑펑 쏟으며 제게서 백부를 앗아가지 말아주세요!! (맹세컨대 원문을 충실히 번역했음;) 라고 처절하게 손견에게 매달리는 주유에게는 손이고 발이고 다 들어버렸다. 과연 손책의 카리스마 빔의 제 1호 희생자. 딱 처음에 이놈이랑 같이 있다간 내 수명이 반으로 줄겠다는 확신이 들 때 옷자락 말아쥐고 죽자사자 내뺐어야지 이 바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OTL 그놈한테 생과부 신세로 죽도록 부려먹히다 스물 여섯에 남편 잃고 진짜 청승과부 신세 돼서 뼈와 살을 다 들어바치고 향년 서른 여섯에 급사해도 좋냐!? 좋아!!!?
(뭔 절규를 해도 이미 늦었음;)

일단은 손책의 여동생 (실제로 손책과 손권 사이에 파파가 밖에서 낳아온 딸이 둘 있다) 난향(蘭香)이 공식적 히로인이다. 유르스나르 여사께서 확립하시고 JSA에서 뒷받침한(...) '오라비와의 우정은 결국 여동생과의 결혼으로 이어진다'는 법칙에 따라 제법 순정적으로 주유에게 아련한 연심을 표출하기도 하지만 그럼 뭐하냐;;; 여자앤 냅두고 사내 자식 둘이 지들만의 세계에 빠져서 러브러브러브러브러브러브(*무한대)인데!! OTZ 아서라 이 아가씨야 제발 관둬;;; 어린 시절의 아련한 연심에서 그냥 끝내!! 당신 오라버니에게 시작부터 몸과 마음과 영혼까지(...) 다 바쳐버린 남자, 지벨 님 말씀마따나 '한밤중에 열심히 허리 운동 하다가도 남자의 호출 한 통에 미련없이 옷자락 정돈하고 시속 500km로 달려갈 남자' 따위 암만 좋아해봤자 BRONZE의 이즈미 세리카를 위시하여 이제까지 BL에 등장한 수많은 팔자 더러운 여동생들 짝이 날 뿐이라고오오오오!!! (게다가 오라버니라면 껌뻑 죽는 심각한 브라콤이기까지 하니 구원이 없다 이 아이;;) 랄까 여동생을 이런 국면에서 줄창 써먹는 건 그만 좀 해주시라 여러분;;;

(<백년 동안의 고독>에서 헤리넬도 마르께스 중령의 청혼을 받은 아마란따가 진짜로 현명한 말을 했음. "당신이 사랑하는 건 내가 아니라 아우렐리아노예요. 하지만 그와는 결혼할 수 없으니 나와 하려는 거죠." 와~이 역시 대가는 다르셈 >_<)

......괜히 참고로 덧붙이자면 주유는 손책과의 연애질(....)에 바빠 난향이 자길 좋아하는지 어쩌는지도 모르고 있다;;;;
(손책은 손책대로 감 잡고 있으면 귀띔이라도 좀 해줄 것이지 오빠라고 하나 있는 게 동생의 연사에 저언혀 도움이 안 됨; 하긴 지가 장래의 조강지처[...]와 연애질에 정신이 없는데 남 문제까지 신경 쓰게 생겼겠냐;)


하여간 로스사가의 공식(주지하다시피 갖출 거 다 갖추고 미모까지 타고난 주제에 활달하고 통 큰 친우에게 열등감을 품고 혼자 머리 박박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는 멍청이와 상대가 열등감을 품는지 마는지 뱃심 좋게 천하태평한 바보의 콤비를 가리키는 S식 용어)에 따라 주유가 우정과 열등감 사이에서 쓸데없이 이리 굴렀다 저리 굴렀다 하는 사이 - 어차피 그 고민 하루도 못 간다; - 손책은 널널하게 주유를 위시한 주변 사람들을 모조리 한 손으로 휘둘러가며 내추럴 본 킬러의 본령을 발휘해 덤으로 미소녀도 하나 꼬시고(어디까지나 '본의 아니게') 문대 파파에게 원한 품은 황건의 잔당에게 납치당해(....) 제물로 바쳐질 뻔하기도 하고 (아니 그 집에 애가 몇인데 노리는 게 하필 제일 난폭하고 호랑이도 때려잡는 장남인 게냐; 아니 그 정도 미소년이라면야 나도 당연히 노리겠지만 쿨럭커헉콜록콜록!!!) 갑작스런 중환으로 쓰러져서 생사를 오락가락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 주유와 짠한 장면도 실컷 연출해가면서 오히려 동생보다 더욱 히로인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주인공 주유 공근 히로인 손책 백부라는 말이 괜히 해 본 소리가 아니라니까아아아아아;;

오늘도 단금은 바람에 스치운다.... 아 내가 정말 이놈들 때문에 제정신으로 살지를 못하겠셈 OTL


P.S. 초반에 잊을 만하면 줄창 떠들어대는 손책의 요절상. 13년 후에 정말로 실현됐다고 생각하면 택없이 우울해진다.
(꽁지빠지게 도망가라! 공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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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inkea 2006/07/04 16:38
안녕하세요, 스린케아라고 합니다. 항상 스토킹하다 완전 감동먹고 이렇게 댓글 남깁니다. 백년 동안의 고독 읽다가 저 "당신이 사랑하는 건 내가 아니라 아우렐리아노예요. 하지만 그와는 결혼할 수 없으니 나와 하려는 거죠."에 감동먹은 사람이 저만 있는게 아니었군요!! 정말 마르케스는 대단하죠......유르스나르 여사께서 확립하신 '오라비와의 우정은 결국 여동생과의 결혼으로 이어진다'는 법칙이라니, 아 정말 키사라님의 포스팅은 언제나 삶의 활력을 가져다줍니다 ㅜㅠ 저는 삼국지에서는 어디까지나 공명님 빠순이었건만 이러다 오파로 돌아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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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6/07/05 21:32
안녕하세요, srinkea님. 처음 뵙겠습니다. 폭주가 일상인 이런 바보같은 블로그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문제의 대목은 볼 때마다 눈이 번쩍 뜨이는 멋지구리한 문장이죠. 후후후후후. 역시 대가는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오파, 되어 주십시오. (이봐) 손오는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즐겁습니다! (물론 촉도 위도 다 좋아하지만요)
영양가 없는 폭주만 하고 있는 블로그지만, 즐거우셨다면 저도 기쁩니다 ^^앞으로도 자주 놀러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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