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하, 야마오카 소하치의 바다에서 허부적거리는 중.

불타는 전국의 밤 | 2006/10/07 23:50

"다테 마사무네를 싫어하는 여자란 없어요!!" (현시연 풍)

예전부터 팬이었던 어느 사이트에 오랜만에 발을 들였더니 마스터가 그 사이에 BASARA에 빠져 마사무네 님에게 하아하아허억허억;하며 ↑저런 말을 드높이 외치고 있기에 깃발 한 번 흔들어주고 왔음. 누구든 마사무네 님에 대해 한 번 알고 나면 모에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아아아아아아아아앗!!!!! >_<

근데 조금 희한하다는 느낌이 안 들지는 않음. 속단이라면 여전히 할 말은 한 개도 없지만 마사무네 님은 다소 일본인의 성향에 안 맞는 사람이지 않나 싶은 감이 들기 때문이다.
굉장히 극단적이긴 하지만 존재 자체가 한 편의 썰렁 개그(...)였던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이걸 세계걸작단편문학선에 집어넣은 거 하나로도 이문열의 취향과 이념이 매우 의심가는 바다;)만 봐도 핑 하고 오시겠으나 보통 일본인들, 특히 남정네들은 신념은 오직 하나요 그걸 굽히느니 배때기에 칼을 꽂아야 하며 구차하게 살아남느니 부딪혀서 한 방에 깨져버려야 하고 벚꽃처럼 확 져버리는 모습이야말로 아름답다는 인식이 꽤나 투철한 족속이다. '지구상에서 제일로 죽음의 미학이 발달한 민족 중의 하나'라는 말도 있고.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힘들다고 생각하는 S의 신념은 이 경우 저리 좀 미뤄두고(이키루 호-가 타타카이닷!!! [爆]), 오래도록 도사리고 앉아 자기의 때가 도래하기를 질기게 기다린 이에야스에 대한 평가가 최근까지 밑바닥이었다거나, 토도 다카토라(藤堂高虎)가 수이 부정적으로 그려진다거나 사나다 유키무라가 전국 최고의 스타가 되다 못해 근 신격화가 된다거나 하는 덴 그런 제반 사정도 있지 않았을까 싶음. 한 마디로 몸을 굽혀 이 악물고 살아남은 사람에 대해선 대우가 과히 좋지 못한 풍토란 얘긴데.... 어째서 히데요시에게 결국 무릎 꿇었다가 후엔 이에야스에게로 굴러;간 마사무네 님은 히지카타 토시조 부장과 더불어 일본사에서 손꼽히는 인기 스타인 걸까요!!!? Somebody tell me what's going on!!
늦게 태어난 죄로 천하를 움켜쥐지 못한 불운한 천재, 한쪽 눈과 가족을 모조리 비극적으로 잃고도 불굴의 의지로 버텨낸 잿더미 속의 불사조(...)라는 게 모든 제약을 뛰어넘어 보는 이의 하트를 단박에 꿰뚫기 때문인가! 아니면 일본인의 성향에 대한 S의 주절거림이 역시 속단이기 때문인가!? 에라이 모르겠다!! 사랑받으면 그걸로 장땡이지!! (....)


하여간 이런 저런 이유로 목하 야마오카 선생의 <다테 마사무네>를 느긋하게 음미 중. 여전히 웃겨서 진도가 안 나간다...!! orz
다테 마사무네에게 한 방 먹여주리란 웅대한 결심을 품고 殴り込み하러 달려온 유키 히데야스(結城秀康 : 이에야스의 차남 & 히데요시의 양자)를 온천에 들어앉아 손 끝으로 거뜬히 농락하는 마사무네 님(반딱반딱 23세)엔 이거 뭐 배 잡고 쳐웃을 도리밖에 없더라. 특히 민병 선동의 혐의를 산 마사무네 님이 황금 십자가를 메고 건들건들; 나타나 발을 구르며 성내는 히데요시 앞에 떠억 버티고 나 그런 거 한 적 없슈 이 김에 쥬라쿠다이(聚楽第 : 교토 시가지에 건설한 히데요시의 성)에 내 전용 저택이나 하나 내주시죠 라며 열라 뻔뻔하게 개기는 대목은 몽땅 개그임. 상황 자체가 개그임. 태합이 납시는데 앉은 채로 코까지 드르렁 골;며 졸았던 주제에 잔 게 아니며 용의 호흡을 들으신 거라 빡빡 우기는 사람한테 대체 뭔 말을 더 하라는 건가. 아이고 내 두야.
까놓고 말해 이런 100% 위험불순분자를 그 기질과 호담함에 반해서 끝까지 예뻐했다는 것만으로도 이에야스나 히데요시는 천하인의 자질이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안 할 수가 없다;
(혹시 그 친구들 눈엔 마사무네 님이 절라 귀엽게 노는 연하의 남자애로 보였다던가; あいつは~あいつは~可愛い年下の男の子♬)

하여간 여전히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알겠다. 야마오카 소하치 선생은 모에심에 이글지글보글부글버글바글 끓으며 <다테 마사무네>를 썼다는 걸(.....). 행간에서 같이 흥분하지 마라 작가!! 보는 내가 다 창피하다!!! -_-


문득 같은 작가의 도쿠가와 이에야스에선 마사무네 님이 어떻게 묘사되고 있을지 궁금해진 S, 그간 사놓고 썩혀뒀던; 26권짜리를 이리저리 뒤적이다 오사카 성 공방전 편에 이르게 되었다. 이쯤 되면 이에야스의 심장도 거의 멎을 뻔했다는 사나다 유키무라 최후의 삼세판 본진 돌격이 어떤 식으로 그려졌을지 보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인 법이다. 에? 아니라고? 넘어가 그냥 -_- 하여간 야마오카 선생이라면 이에야스를 띄워주고자 상대편을 함부로 깎아내리지는 않으리란 것을 확신하여, 안심하고 책을 펼쳤다. 하긴 전국물에서 사나다 유키무라를 함부로 까내리는 자는 사형을 각오해야 할 테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노릇인가. (아까도 말했지만 유키무라는 이 바닥에서는 근 신격화 수준이다. 그걸 대놓고 바보변태로 만든 캡콤의 배짱이란...;)
그러다 눈에 확 들어오는 대목이 한 개 있었으니 치졸하나마 밑에 옮겨보겠음.

그는 현세가 지속되는 한 전쟁과 분란이 끊이지 않으리란 인식을 조금도 버리지 않았다.
그 인식에 따라, 이에야스의 수급을 따는 순간에 간토 세력의 내부에서 인간의 본능을 좇아 격렬한 분열과 규합의 반복이 일어날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다.
이에야스의 목이 떨어지면 가장 먼저 전선에서 이탈할 사람은 다테 마사무네이리라. 이어서 마에다 토시쯔네, 아사노 나가아키라를 비롯하여 태평성대의 건설을 주창하는 이에야스의 숨이 막힐 듯한 새로운 질서에 굴복하기를 꺼리는, 다시 말해 유키무라와 마찬가지로 자유를 갈구하는 인간들이 일제히 분열과 보신으로 내달릴 것이 틀림없다.


あんた変な方向に信頼されてますぜ政宗様
쟨 이에야스만 없으면 당장 손바닥 뒤집는다고 확신하는 당신의 근거를 나한테도 귀띔해 줄 수 없을까요? 응? (하아하아하아하아하아하아)

발작하는 리비도는 묶어서 저리 좀 치워두고(....).
오로지 전장에서만 숨쉴 수 있고 날개를 펼 수 있고 존재 의의도 있을 곳도 전장에서밖에 찾아낼 수 없는 남자의 비극을 항간 엿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유키무라는 도요토미에 대한 충절에 앞서 태평성대를 추구하는 이에야스의 치세에서 자신은 숨조차 쉴 수 없으리란 걸 진작부터 예감하지는 않았을까 싶다. 형님이 그만 개기고 이리 오라고 그토록 타일렀어도 끝끝내 물리친 이유는 가고 싶지 않은 게 반, 갈 수가 없었던 게 반이라고 봄. 사나다 유키무라는 뼛속까지 무장이었으니까. 가진 게 없어서 짊어질 것도 없는 그에게 단 하나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고 사나다 유키무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장소는 전장뿐이었으니까. 그 전장을 근본부터 타파하려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그가 어찌 공존할 수 있었겠는가.

유키유키가 버서커랄까, 사람 죽이는 게 일인 일종의 인외마경 삘이 풀풀 나는 까닭 역시 사나다 유키무라라는 이름자의 숙명은 아닐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애가 치세에서 조용히 책상 앞에 붙어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가? 적어도 나는 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전장에서 절정의 순간에 헛되게 스러져서 두고두고 전설이 되어버려야 할 아이임. 이래저래 골치아픈 커플에 마음을 줘 버렸다 젠장 -_-

이케나미 쇼타로의 사나다 태평기를 정말로 한 번 파야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강력하게 들고 있음. 하지만 이에야스 공이 같잖게 나오면 진짜 싫은데....!! (나름대로 이에야스를 좋아하는 여자)
아니 그보다 대체 어디 가냐 이년아!!! T.T

top
Trackback Address :: http://kisara71.cafe24.com/blog/trackback/2314667
수정/삭제 댓글
지벨. 2006/10/08 01:06
도노의 인기의 이유는 절대로 예의 대하드라마라는 쪽에 오백원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욕을 먹던 연산군이 왕의 남자 하나로 동정표 몽땅 얻었잖아요 OTZ 용의 눈물로 점수 딴 태종도 있고.
......그런데 결국 유키무라 돌격씬은 어땠다는 건가요 궁금하잖아요!!!!!
수정/삭제
KISARA 2006/10/23 17:11
그럴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가급적이면 외면하려던 진실을 눈 앞에 들이대주셔서 저어어어어엉말 감사합니다. 지벨 님 미워욧! 그 벌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직접 읽으세요!! >_<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