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당신에게 이 열정을 바치오리다 - 이름 by 욘쵸메

불타는 전국의 밤 | 2006/12/19 14:04

새삼 도노에 대한 애정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가운데 근년의 다크호스인 <4번가 교차점에서 우회전(四丁目交差点を右)>의 마스터 욘쵸메(四丁目) 님의 짤막한 단편 <이름(名)>을 살짝 빌려왔음. 커플링은 사실 잘 맞지 않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이 분의 필두를 무척 좋아한다. 정신적으로 무진장 튼튼하고 강인하고 적당히 매정하고 냉소적이고 그런데 청순(...)
언제나처럼 배 째고 등을 따서 줄넘기질을 할 각오는 되어 있음.


◇ 이름



"네 이놈......"
코쥬로는 어깨를 와들와들 떨며 허리에 찬 흑룡(黒龍)에 손을 가져갔다.
"마사무네 님의 하얀 살결에 상처를 남긴 네놈을 결코 용서 못한다!!!"
우오오오오오오─삭제에에에에──! 우렁찬 기합과 함께 칼날이 번득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 선 마사무네는 "그거, 니 대사도 아니잖냐...." 라고 중얼거리면서도 깡패로 화한 코쥬로는 감당이 안 되므로 잠자코 지켜보았다.
"후우."
땀을 훔치며 분노도 가라앉은 듯 흑룡을 칼집에 갈무리한 코쥬로에게 마사무네가 다가갔다.
"에 또... 코쥬로, 남 취밀 갖고 이러쿵저러쿵 잔소리할 생각은 없는데 말야."
"예?"
"저 말이다, 채소에 일일이 이름을 붙이는 건 관두지 않겠어?"
눈앞에 펼쳐진 채마밭에는 <마사무네 (님) 무>, <다테 순무>, <본텐마루 (님) 배추> 등등의 수십 가지 팻말이 해당 채소 전방에 오롯이 박혀 있었다.
"이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사무네 님, 애정을 갖고 대하는 것이야말로 채소의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그대로 채소 재배의 극의에 대하여 열변을 토하는 코쥬로를 슬그머니 외면하고 떨어진 무를 집어올렸다.
분명 무에는 벌레먹은 자국이 역력했다. 그러나, 굳이 방금 전처럼 표현할 필요는... 듣는 쪽은 장난아니게 미묘한 심정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아, 본텐 어쩜 좋냐, 이렇게 더럽혀져서." 라고 시게자네가 조금 벌레먹은 배추를 손에 들더니,
"오, 그치만 이것만 벗겨내면 훨씬 깨끗할지도." 라면서 가장 바깥쪽의 잎을 들추려 한다.
"..............."
왠지 기분 나빠!

"역시 마사무네는 흐느끼는 소리가 절품이야."
"괜히 마사무네가 아니라니까."
옆을 스쳐지나간 병졸들의 잡담에 눈이 뒤집혀 당장에 쫓아가 상대의 뒷덜미를 거머쥐었다.
"어이, 누가 뭘 어쨌다고?"
"히익, 마, 마사무네 필두!!"
"저, 저희는 새로 나온 피리 얘기를!!"
허리춤에 끼운 피리를 움켜쥐고 살펴보니 분명 <마사무네>라는 각인이 새겨져 있다.
"...........Sorry."
뒷덜미를 놓아주자 아, 아닙니다!! 라며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쏜살같이 사라졌다.
"우와, 우와, 이 기모노 다신 빨지 않을 거야!" "나도 이 피리 가보로 삼아야지!"
꺄아꺄아 떠들면서 사라져가는 뒷모습을 떨떠름하게 지켜보았다.

"어라~? 왜 그래 마사무네."
등 뒤에서 케이지가 말을 걸어와 이 자식 또 왔나... 싶어 뒤를 돌아보니 양손에 표주박을 들고 있었다.
"그건 뭐야."
"좋은 술을 얻었거든. 목으로 잘 넘어가고 살짝 매콤한 게 그만이라니까. 같이 마시려고 갖고 왔지. 놀라지 말라구, 그 이름은 무려 <마사무네>!"
얼굴 한가득 싱글벙글하면서 말하는 케이지를 향해, 마사무네는 신음소리를 올리며 이마를 짚고 "일없다!" 고 고함을 질렀다.


실제로 센다이 특산품 다테 마사무네 맥주(...)라는 게 존재함. 센다이 시민들은 어디든 마사무네 님을 끌어다대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나보다. 한자는 다르지만 일본 명주의 하나로 손꼽히는 기쿠마사무네(菊正宗)란 청주도 있고.
다테군이 워낙 필두 빠돌이들의 팬클럽(...)이라 혹여 오피셜에서 저 짓해도 하나 위화감이 없다는 것이 쬐끔 슬픔. 그놈들은 십에 십 마사무네 님 러브 동맹을 결성하고 있다는 데 뎀셀브즈의 다크 초콜릿 세트 걸어도 좋다. (그런 의미에서 변태가면 한베에의 계획은 뭘 잘못 주워먹고 한 건지 알 수가 엄따. 당신 진짜 천재 군사?)

최근 들어 슬슬 다테군에서 그나마 쓸만한 쯧코미로 기능하는 유일한 사람은 도노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살살 고개를 들고 있음. 다케다는 십에 팔구 전군에서 쯧코미는 사스케 하나뿐일 게 아주 뻔할 뻔자지만 말이오.
말 나온 김에 말인데, 실은 유키유키가 도노에게 열을 올리는 게 만천하에 까발려진 후 "해냈군요, 해내셨습니다 유키무라 님!" "다테 일문 62만석의 영주에 그 기량이라니, 훌륭한 아내를 얻으시지 않았습니까!" "이대로 평생 달콤쌉싸름한 사랑은 한 번도 못해보고 신겐 공과 주먹다짐만 하다 끝나는 건 아닐까 암담했는데...!" "엉뚱한 여자에게 덜미 잡히는 건 아닌가 했다구요!" ""평생 누님으로 모셔야 할 분이 전국 제일의 미인이어서 정말 다행이야...!" 어쩌고 떠들어대고 감동의 폭루를 쏟으며 흥에 겨워 벌써부터 잔치 분위기인 여타 십용사즈 뒤에서 '랄까 유키무라 님 아직 고백도 엔간히 못해봤고 독안룡 형씬 유키무라 님을 강아지 이상으론 안 보고 있단 말이다 김칫국부터 마신다더니 혼례니 아내니 어디까지 갈 거냐 이놈들아 그 이전에 둘 다 남자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깨달아줄 사람은 정히 없는 건가요 하느님 안돼 참아라 사루토비 사스케 쯧코미를 넣기 시작하면 끝장이다 쯧코미를 넣다가 지쳐 죽고 말 거야 다케다에 쯧코미가 하나만 더 있었어도 아아아아아아 하지만 쯧코미하고 싶어 쿠나이로 찌르고 싶어어어어어어어어어!!!!' 라고 내심의 고뇌로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사스케를 보고 싶다는 말은... 절대 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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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삭제 댓글
비령 2006/12/20 10:18
아, 아아, 아아아아(웃고는 싶으나 잠을 잘못 자서 뻐근한 몸이 따라주지 않아 이상한 소리만 내며 방바닥을 굴러다니는 비령입니다)

번역하신 단편의 센스도 센스입니다만(하나같이 다 마사무네;) 여담을 보고 침몰했습니다. 사스케가 불쌍해서 어떡합니까ㅠㅠ 그런데 저도 그런 사스케가 보고 싶네요(..) 그런 의미에서 KISARA님이 솔선수범하야 한편 써주시는 것이이이...?+_+
수정/삭제
KISARA 2006/12/28 12:37
숨 쉬십시오 숨을. 웃다가 기절하셔도 전 책임 못 집니다요~

...지금 무덤 팠다는 생각은 좀 하고 있습니다. 뭐 이 바닥이 결국 삽질로 직결되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일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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