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진리를 깨달았다.
만약 동인신이 내게 그림의 재능이라는 축복을 내려주셨더라면 나는 지금쯤 여성향이 아니라 남성향을 그리고 있을 거란 사실을. (....)
그치만 나까지 굳이 천둥벌거숭이로 설치지 않아도 세상에는 죽여주는 여성동지들이 많으나 - 가끔 정 자가생산을 해야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아도 - 남성향은... 남성향은.... (외면한다)
세상은 로리지온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인가!? 나 같은 누님연방은 정녕 설 자리가 없는 거신가!? 이 넓고 넓은 오타쿠의 바다에서 내 취향에 참으로 부합하는 물건을 뱉어줄 놈이 시방 단 한 개도 없더란 말이더냐를 평소 목놓아 울부짖던 S, 어느 한가한 날의 오후 침대에 박혀 한 마리 짐승처럼 게으르게 꾸기적대던 중 딴에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떠올렸으니 과거 어진 이들이 옥석혼효라 하였관대 이 경우 눈이 푹푹 썩는 것은 잠시 인내하고 앤솔로지를 죽어라 파면 설마하니 건질 놈이 하나는 있지 않겠는고? (아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하여간 그런 생각을 품고 투희능욕(...)이라던가 뭐라던가 하는 벌써 스물 몇 권이나 나온 앤솔로지에 용맹과감하게 다이빙을 감행하였던 것인즉, 얼굴 짧고 눈이 안면의 3분의 1 이상인 것들이 보이면 회피, 가슴이 D컵 이상이면 회피, 엉덩이만 두 배로 부풀렸으면 회피하면서 얼마 남지도 않은(...) 나머지 작품을 들고 파며 속이 느글느글거리는 가운데 참으로 건설적이지 못한 하루를 보낸 바.
지루했었다. 심심풀이 땅콩이라면 뭐든 좋았다. 지금은 반성하고 있다. (....)
옥석혼효는 고사하고 자갈무더기밖에 없더이다! OTL
내 이래봬도 입맛 맞는 놈을 귀신같이 찾아내기론 둘째 가라면 서럽다고 자부하는데 이렇게 쏘는 족족 빗나가기도 처음이다! God damn it!! 남성향 따위 전부 접시물에 코 박아버려─!!!
그리하여 거기에서 시작되는 S와 K군의 대낮부터 문란한 대화. (....)
"그래 대체 당신이 원하는 남성향은 어떤 건지 좀 들어나 봅시다. 희망을 말해봐요."
"으음. 나도 양심이 있지 박고 박고 또 박는 게 목적인 남성향에서 말 되는 스토리는 애초에 기대를 안 한단 말이지."
"현실적이어서 좋군요."
"물론 남성향이라 해도 야 이건 좀 심하게 강인하다...!? 싶은 전개는 가급적 삼가면 쓰겠지만, 아냐 아냐 됐어. 그 점은 넘어가. 야동 주제에 박으면 장땡이잖겠어. 허접한 상황 설정 없느니만 못하다. 걍 대충 하드보일드계면 돼. 피와 범죄와 암흑가! 혹은 괴물과 살육! 이상은 애니타 블레이크!"
"응응, 그래서?"
"로리는 절대 안돼! 로리 죽음! 물론 이 경우 로리는 나이가 아니라 얼굴과 정신연령의 문제야. 세상엔 별보다 많은 취향이 있다지만 나 정말 저런 한 줌도 안 되는 쪼매난 애들하고 그 짓하면 재밌는 건지 그 일만은 당최 이핼 못하겠다. 아니 그래 뭐 즐거울 수도 있겠지, 하지만 기왕이면 로리:누님:기타의 비율이 4:4:2여야 하는 거 아냐!? 로리지온만이 득세하는 세상, 바람직하지 못하닷!!"
"흥분하지 말아요. 그래서?"
"이상의 나이는 21세에서 28세 사이지만, 몸매만 죽인다면야 30대라고 해서 어찌 거부하겠니."
"나●메 마●처럼 암만 에누리해도 20대의 얼굴과 관록을 소지하셨으면서 17세(...)라 빡빡 우겨대는 케이스는 어찌 대처하실랍니까? 일명 테니프리 현상입니다만."
"작가의 눈물겨운 노력을 감안해야지. 머릿속에서 슬그머니 나이를 바꿔 적어넣는 정도의 자가암시는 얼마든지 가능해."
"흐음, 그래서?"
"누님이라 해도 카스미 씨 계열의 얌전하고 어른스런 타입은 사절이야. 그건 누님이 아니라 언니라고 언니! 악독하고 난폭할수록 훌륭해! 내 제일 꼴보기 싫은 게 작가들이 여자한테 '이런 짓하고 무사히 넘어갈 줄 알아요?' 라던가 '~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따위의 열라 바보 같은 대사를 시키는 건데, 아 정말, 남성향의 하반신밖에 없는 금수같은 새끼들이 그 말 듣고 잘도 물러나겄다. 덕분에 여자만 띨띨해 보이잖아! 걍 머리를 샷건으로 날려버리던가 거시길 하이힐 뒷굽으로 찍어버리는 게 제일이라고. 아니 뭐 남성향에서 콘돔 껴 새꺄까지 기대하면 내가 미친 년인 줄은 나도 알고... 하여간 어지간히 터푸하고 성깔 드러운 게 좋다 이거지."
"하아, 그래서?"
"키는 가급적이면 165 이상이 좋겠구먼. 170대는 바라지도 않아. 가슴은 클수록 좋다지만 D컵 이상은 싫어. 거유 반대! 폭유 물러가라! 가슴의 진리는 오로지 미유(美乳)에게 있느니라! 손에 딱 잡힐 정도의 크기가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좋은 줄 왜 사내놈들은 모르는 거지!? 정도 이상의 가슴은 덜렁거리고 어깨만 결리고 눈에도 괴롭다구! 대체 저 홀스타인을 뚝 잘라 갖다붙여논 것 같은 애드벌룬 가슴들은 뭐냐고!? 아니 차라리 젖소 젖통이면 우유라도 나오지!"
"예에 예, 그리고요?"
"기왕지사 머리카락은 길수록 좋아. 최소한 어깨를 살짝 넘는 정도면 그레이트야. 단발은 왠지 식지가 안 땡겨. 그리고 스트레이트! 스트레이트여야 해! 곱슬머리는 이유없이 텐션이 하강해. 머리색은 짙은 걸 환영하겠어. 금발은 양키 생각이 나서 싫은가 봐. 아 그리고! 안경은 안 끼는 게 최고야! 거 참 이상하지, 남자 안경이라면 군침을 좔좔 흘리면서 여자 안경은 시큰둥하니 말이다. 내가 근 20년짜리 안경 유저라서 여자 안경에 환상이 없나? 그래, 남자라니까 생각났다. 정해진 남자 따위는 일없어 필요없어 갖다 버리라고 해. 몽테 크리스토 백작님 같은 미중년이나 맥 할아버지 from 엔트랩먼트 같은 미노년을 꼬실 수 있다면야 임자 있는 몸도 좋지만 남성향에서 남자 주인공은 끽해봤자 케이타일 뿐이야. 여자한테도 이놈 저놈 요놈 조놈을 다 섭취해 볼 권리가 있다! 프리를 허가해라~!!!"
"............"
"그리고 이건 작화의 문젠데, 가슴은 이미 말했으니까 됐지만 제발 좀 엉덩이와 허벅지를 두 배 세 배로 부풀리고 유두를 꼭 총알처럼 그려놓지 말란 말이지. 니가 지금 그리는 건 어느 별의 외계인이냐? 밸런스가 잘 맞는 늘씬한 몸을 요구한다! 애도 안 낳은 여자 가슴을 비틀어봤자 밀크 따위는 안 나온다는 당연스런 상식을 지적하고파 죽겠지만 뭐 BL에도 야오이 구멍이란 일세의 수치가 있으니까 그 점은 대충 넘어가고, 하지만 종합적인 액체는 좀 적당한 선을 긋고 자제해주면 기쁘겠구만. 도를 넘는 액체는 오로지 구역질만을 유발할 뿐..... 근데 아까부터 왜 그런 오묘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거냐 K군?"
"................."
"................."
"앞발에 쥐가 나겠다던 독버트의 심정을 알겠어요."
"응?"
"까다로워도 정도가 있어야지... 당신 그러고도 누가 입맛 맞춰주길 바라는 겁니까? 남성향에? 머리 정상이에요?"
"꿈꾸는 것도 죄냐──!!!?"
그치만 저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이 없는 게 아니란 말이닷!!!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몰라도 사는 데 지장없는 모 B급 좀비난도질피칠갑액션게임 お姉チャンバラ(사진은 최신작 vortex, 출처는
공식홈)의 주인공 아야(彩) 누님. 나이는 아름다운 스물 하나, 키는 무려 168(일본 만화/애니/게임에서 여자 키 168이면 진짜 큰 편임), 이도류로 좀비를 써는 것이 취미인 검술의 달인,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가슴과 죽여주는 각선미, 거의 벗고 댕기는(...) 매우 바람직한 취향, 게임에서도 절세의 미녀라고 침이 마르고 닳게 떠들어대는 - 딱 내 취향의 - 미모, 장래가 몹시 기대되는 초새디스트 절공삘의 생긴 것부터 독살스런 여동생까지 한 개 있으니 Oh damn, this is perfect!!
그러니까 핵심은 그거다. 저런 근사한 누님이 헐벗고 칼을 휘둘러대는데, 게다가 좀비인데! 대체 일본 남성향 동인계의 인종들은 다 뭣들 하는 거냐고! 이 게임 폭력성과 에로가 세일 포인트라며! 오타쿠 계층엔 인기 짱이라며! 캬아악!!!
...알았어, 알았다고 K군, 목 마른 자가 우물 파면 되는 거 아니냐... 투덜투덜투덜.
덤 하나. 참 이해할 수 없는 게, 여성향 계열 팬사이트들엔 성향이 맞건 안 맞건 정말 코피 터지게 취향인 그림들이 바글바글하건만 남성향 팬사이트에선 왜 이렇게 그림 하나 건지기가 힘든...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한지 모르겠다. 내가 재수가 없어서 지뢰만 밟았나? ;;;;
그치만 쌩초보인 내가 봐도 인체 비례 왕 안 맞고(거유에 대한 그이들의 집착은 눈 감아주더라도), 색채 감각 유치하고, 니놈들은 얼마나 양심이 마비됐으면 이따구 그림을 돈받고 팔아처먹는 거냐 갸아아아아악(...) 절규가 절로 나오는 일러스트가 98퍼센트더란 말이다! 시시자루라던가 CO2A 같은 사람은 다 어디로 갔지!? 설마 그림 좀 그리는 남성 동지들은 전부 프로 일러스트레이터가 돼서 게임업계라던가 뭐 그런 길로 날아버리고 이 바닥엔 아마추어밖에 없기 때문인 거요? 누가 내게 진실을 말해줘! Somebody tell me what the truth is!
덤 둘. 정신 산란한 와중에 여군 앤솔로지(...)인가 뭔가도 구경한 S. 내 일이지만 참 여러가지로 논다;;;
짬밥 먹어본 적이 없는 애들이 군기 빠진 거야 뭐 그러려니 하고, 백이면 구십 구가 천편일률적으로 높은 지위의 여자를 끌어내려 이러쿵저러쿵하는 스토리(라고 부를 수 있다면)인 걸 보면 이것들이 여자한테 뭔 원한이 쌓여 이러나 싶기도 하고, 성적 판타지가 저런 거라면 얼마나 인생이 짜증날꼬...하며 혀도 한 번 차주고 그 와중에 진짜 눈이 번쩍 뜨이게 웃기는 물건이 하나 있더란 말이지.
제목이나 작가 이름 따윈 다 까먹었는데, 클레어라는 이름의 쭉~쭉빵~빵한 미인 대령이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위풍당당하게 등장한다. 이 여자, 일단 머리카락이 흑발 스트레이트. (...미안, 난 흑발 스트레이트 페치다...;) 뭐 이것도 그렇고 그러려니 했더니 아 글쎄 문제의 앤솔로지에서 나온 여자들 다 두름으로 묶어도 반경 3천 km 내에도 못 미치는 뽀오쓰를 풀풀 풍기며 자신을 암살하러 온 병사를 악귀의 면상으로 폭행하고 반 겁탈(...)한 후 막판에는 매그넘으로 대갈통을 일격에 날려버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명대사는 使い捨てどもがぁ!그러쿠나 당신은 이런 악독하고 못돼처먹고 잔인한 여자한테 밟혀보는 게 소원이어쿠나... (웃다 죽음) 그레이트! -_-b
그림만 좀 더 괜찮았던들 진짜 꽤 진심으로 귀애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지... 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