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이지 뭐긴 뭐겠수. (...)
항례의 한 줄 감상 : 밑에 저런 기막힌 남편감이 기다리고 있다면 까짓 거 하늘 한 번 떨어져볼만 하다. (....)
사춘기 시절에는 쓸데없이 건방져서 난 미야자키 하야오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도도하게 내뱉기도 했지만(기실 모노노케 히메의 '그대는 아름다워...' 가 별 게 다 낯부끄러운 사춘기 소-_-녀로선 좀 소화하기 힘들긴 했지;;), 나이를 먹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도 있는 법이다.
별 생각없이 보았던 이웃집 토토로에 강펀치 맞고 넉다운당하고 나도 토토로 배 위에서 점프하고 싶다고 처절히 울부짖은 후로 약 4년, 어느 날 갑자기 천공의 성 라퓨타에 대한 믿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갈망이 끓어올랐다.
그렇게 느닷없이 무언가가 절실하게 고픈 날이 있다.
그래서 욕망의 소리를 충실하게 따랐고.
죽어 뻐드러졌다.
아아, 역시 소녀를 구하는 소년은 영원한 로망이에요. 내가 아무리 소녀 > 소년의 역학관계에 하아하아헐떡헐떡;하는 몸이라 한들 소녀를 구하고자 몸을 아끼지 않고 이리 뛰고 저리 구르며 내달리는 소년에게 찡한 감명을 받지 않기란 불가능하지. 그게 기사도 컴플렉슨지 구원자 컴플렉슨지 기타 등등의 발로인지는 아무래도 좋다. 내가 미칠듯이 사랑하는 풀메탈 패닉도 따지고 보면 그런 류의 현대적 고전인걸. 1권 제목부터 매우 고전적인 Boy Meets Girl.
하늘로 날아오를 때의 그 벅차디 벅찬 감동이라던가,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속이 메슥거리는 군인들의 초상이라던가, 공허하기 짝이 없는 무스카의 탐욕이라던가, ひとがゴミのようだ라던가 우리 문명의 미래에 대한 우화적인 경고라던가, 뭐 할 말은 들입다 많지만 이미 수천 번도 되풀이된 말들, 내가 굳이 할 필요도 없이 모두가 잘 아는 일, 다 생략하겠다.
정작 내 심금을 정신없이 두기둥당 울린 것은 초면의 여자애를 보호하고자 당연한 듯이 집안으로 끌어들이던 아주머니의 억센 팔, 아이들을 구하려고 주저없이 군인에게 수증기 세례를 퍼붓던 기관사 아저씨의 웃는 얼굴, 불길에 휩싸여 쓰러져 가면서도 시타에게 팔을 내미는 로봇의 손을 움켜쥐고 울부짖다 절망적으로 "파즈───!!" 를 절규하는 시타의 외침, 서로를 힘껏 부둥켜안고 날아가는 파즈와 시타, 시타를 팔 벌려 껴안는 도라의 푸근한 품. 그렇게 아주 사소한 장면들이었으니까.
아직은 인간의 선의를 마음 깊이 믿어볼 수 있는 작은 보석같은 순간들.
동물과 새와 꽃과 어울려 조용히 하늘정원을 가꾸고 무덤을 지키며 살아가는 거대 로봇 같은 건 너무 로망이라 더 할 말도 없음.
자, 여기까진 공식적;인 감상이고, 슬슬 본심을 밝히겠다.
시타 저 운좋은 지지배...! T.T
대체 전생에 무슨 공덕을 쌓았으면 추락한 바로 그 밑에 착하고 튼실하고 똘똘하고 빠릿하고 용감하고 행동력 발군에 운동신경 발군이며 절망적 순간에 내 손을 꼭 잡으며 파멸의 주문을 같이 외워주겠다고, 그러다 죽더라도 끝까지 함께 가주겠다고, 난 네 손을 결코 놓지 않겠다고 흔들림없이 말하는 다나카 마유미 씨 목소리의 남자애가 팔 벌리고 기다려 줍니까 그래?! 그것도 라퓨타의 힘? T.T
폭우가 쏟아지는 날 사츠키에게 불퉁한 얼굴로 제 우산을 내밀고 마구 달려가던 천연 쯘데레의 결정판 같은 그 시골 소년도 그렇고, 미야자키 감독은 뭘 믿고 저렇게 귀엽고 좋은 남자애들을 줄줄이 생산해내는 건지. 눈만 대책없이 높아져서 3차원에 만족할 수가 없게 되잖아욧
이제 모노노케 히메와 재회하면 십에 팔구 산을 두고 저부러운년저부러운년저부러운년저부러운년...T.T 을 밑도 끝도 없이 중얼거리게 될 거라 생각함. 하지만 아시타카 총각, 비단구두 사 가지고 돌아올 오라버니 기다린다던 동생은 어찌할 거유...? (게다가 당신 부족장 아니었던가? ;;;)
덤. 센과 치히로의 가미가쿠시도 한 번 보긴 봐야 한다만... 젠장, 하쿠가 이리노 미유(= 츠바사 샤오란;)란 말야...!!! orz
(시청 도중 공황에 빠질 확률 98.99%)
덤 2. 줄줄이 올라가는 엔드 크레딧의 밑바닥에 세키토시와 하야시바라의 이름이.
.......갸아아아아아아아아악
당신네들 대체 어디서 나왔냐!!!! ;;;;
한참 늦은 천공의 성 라퓨타. (부제 : 거기 처자 그 북의 이름이 무엇인고)
보거나 혹은 죽거나 | 2007/03/2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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