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쉬의 마성에 사로잡혀 장작단 위에 제 발로 기어올라가 휘발유 끼얹고 이 한 몸 마구 불싸지르고 있는 가엾은 중생 S입니다. 빌어먹을 나 좀 살려줘요, 긴상, 부장님... OTL
(하여간 이래서 브리튼 쪽 넘들은 안돼요 [툴툴툴툴])
(하물며 녹색 눈이라면 리린 님 말씀마따나 혀 물고 발려 죽으라는 거나 진배 없는데 나 왜 이쪽으로 왔을까 우와아아아앙)
우리의 친절한 이웃 위키를 대강 훑어봤더니 쿠로다 이넘 리바이어스 의뢰가 들어갔을 당시에 <선라이즈>라는 이름만 듣고 얼싸 좋다 나도 드디어 건담이다! 라 흥분했다가 짜게 식었다 하더이다. 오냐 그랬구나. 헌데 스폰서가 대량 학살마저 시켜주지 않는 통에 어디 두고보자 이 빡빡 갈며 - 중간에 키미시마 죽여 남 가슴에 왕따시만한 스크래치도 좀 그어가면서 - 8년간 이날을 위해 안배하고 있었구나 이런 썩을... orz
좋다 어디 갈 데까지 가 보자. 까짓 한 페이지 다 더블오로 채워보자 이거다.
그리하여 또 분연히 납치해 온 단편 <샴록(シャムロック)>으로 제 2격 나갑니다. 이번의 필자는 센쥬(センジュ, 사이트명 brute) 님.
언제나처럼 문제 되면 싹싹 지워버릴 예정임. 제길할 왜 이리 발리게 쓰는 사람은 또 많냔 말이다 툴툴툴툴
...and less.
샴록(Shamrock)
「소란스러워」
「미안 미안」
그렇게 말하고 록온은 우아한 폼으로 가벼이 목례를 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얼굴 전체로 킬킬거리고 웃고 있었다.
평소보다 당사비 몇 배로 인생이 즐거워뵈는 그 폼새를 세츠나는 경계심을 품고 노려보았다. 그마저도 유쾌한지 록온은 키득거리며 항복의 의사를 표하듯 짐짓 양손을 벌려보였다.
「아─무 짓도 안 합니다요. 째려보지 마라」
「못 믿어」
「웃, 너무한다. 형을 믿지 못한단 말야~?」
후훗 웃는 목소리가 허공에 둥실둥실 떠 있어, 필경 술이 좀 들어간 모양이라고 세츠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 모양을 실실대면서 내려다보던 록온은 아, 맞다 맞다, 라며 주먹으로 손바닥을 퐁 두드렸다.
「너한테 줄 게 있어」
「……뭘?」
「잠깐만~」
주머니를 서둘러 뒤적이더니, 록온은 야단스럽게 한쪽 무릎을 꿇고 세츠나의 앞에 헌상의 몸짓으로 한 손을 내밀었다.
마술처럼 출현한 자그마한 녹색.
「……클로버?」
「네잎!」
성과를 자랑하는 양 의기양양하게 웃어보이는 남자의 얼굴과 녹색을, 세츠나는 번갈아가며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화분에서 자란 빈약한 몰골이 아니었다. 큼지막한 잎사귀를 사방으로 한껏 펼치고, 마치 찬미의 노래를 바치려는 것처럼 왕성히 뻗어나간 줄기. 이런 걸 무슨 수로 우주에까지 가져왔나.
「행복은 나누면 두 배――받아라, 세츠나」
그렇게 말하고 록온은 온화한 미소를 보였다. 그제야 이 남자가 전혀 취하지 않았음을 세츠나는 분명히 깨달았다. 아무리 명랑하니 들뜬 모습을 한들, 정작 가장 깊은 곳은 차게 깨어 있다.
세츠나는 손을 뻗어 자그마한 녹색을 받아들었다. 그 즉시 남자가 무척이나 기뻐보이는 얼굴을 하여, 세츠나는 차게 가라앉은 곳마저도 다소나마 열기를 되찾은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하긴, 툭툭 털고 일어나 씨익 웃어보인 남자는, 부드러우면서도 어딘지 불안정한 분위기쯤은 진작에 날려버리고 심지어 얼간이 같아 뵈기까지 하는 실실 웃음으로 표정을 말끔히 재조정한지 오래였지만.
「오늘은 보이는 곳에 갖고 다녀주지 않을래?」
「어째서」
「내가 기뻐」
「그러니까,」
「오늘은 그런 날이야」
더 이상 설명할 마음은 없는 모양이었다. 록온은 서글서글해 보이면서 실은 무지막지한 옹고집이다. 입 다물겠다 작심했으면 지렛대를 가져와도 소용이 없다. 경험을 통해 뻔하게 아는 세츠나는 노골적으로 혀를 한 번 차고, 클로버를 웃도리의 주머니에 조심스레 꽂았다. 록온은 만족스러운지 눈을 가늘게 좁혔다.
「좋았어! ……그럼 가볼게. 딴 사람들한테도 나눠줘야 하고」
「아직도 있나」
「선착순으로 스물 다섯 명」
질렸다. 기합 넣기도 이 경지에 달하면 경탄스럽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데크 쪽으로 방향을 잡고 바닥을 박찬 록온을 지켜보다, 세츠나는 문득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려 그를 불러세웠다.
「록온」
「응?」
바닥에 손을 뻗어 날렵하게 브레이크를 걸고는 남자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돌아보았다. 반사신경만은 높이 사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세츠나는 물었다.
「네 몫은 있나?」
「내 몫?」
「클로버」
「……아아,」
록온은 웃었다.
「착한 애구나, 세츠나는」
「……그런 날이라며?」
녹색을. 그 자신의 색채를.
단지 그런 날이라면, 록온에게도 당연히 하나쯤은 있어야 하리라고 여겼을 따름이었다. 내뱉다시피 가시 돋힌 말투로 쏘아붙였지만, 남자는 별반 마음쓰는 기색도 없이 헤실헤실 풀어진 얼굴로 아까와는 다른 주머니, 베스트에 붙은 왼쪽 가슴의 호주머니를 더듬어, 산들바람에 띄워보내듯 살며시 내보였다.
「내 몫은, 이거」
그것은 분명, 세츠나가 아는 클로버였다. 방금 전 록온에게 받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세츠나의 클로버보다 잎사귀가 한 장 모자랐다.
「세잎?」
「난 이쪽이 좋아」
상냥한 미소를 지은 채로 눈을 내리깔고, 마치 기도하듯이 클로버에 살짝 입술을 가져갔다. 다시금 가슴팍에 클로버를 꽂아넣으면서, 록온은 평온하게 웃어보였다.
「정말, 착한 애라니까」
「그러냐. 나는 말을 말걸 그랬다고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어」
무덤덤하게 응수해주자 록온은, 별 수 없다는 얼굴로 웃었다.
성 패트릭 축일 기념 단편.
이설은 많습니다만, 네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 <내 사람이 되어주세요>.
세잎은 <복수>.
마지막 두 줄에서 완전히 침몰했다. 작가 본인의 일기에 따르면 '방영일 전날쯤에 왠지 내장이 다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뭐, 뭔가 귀여운 소재를 주세요! 하고 울며 매달렸다가 그, 그럼 샴록의 꽃말은 어때요? 라는 제안을 받아서, 즉각 넷을 뒤져서, 찾아보고, 둘이서 머리를 싸안고 굴렀습니다. 아이고 내 팔자야'(...)
아 놔 세상이 다 아는 영빠 독빠인 일본놈들이 암만 반은 영국령이라지만 웬일로 아일랜드라는 비교적 어정쩡한 나라를 끌고 왔나 했더니 혹시 요 때문이었냐 이 시스 같은 색히들...
(설마 카이토 성이 하필 쿠로바인 것도 그래섭니까 청산대인! 말해줘요 청산대인!)
괜시리 덧붙이자면 제목의 샴록(Shamrock)은 아일랜드의 국화인 세잎의 토끼풀, 즉 클로버를 말한다. 아일랜드 하면 샴록, 샴록 하면 아일랜드라 할 만큼 보편적인 상징. 매년 3월 17일(!)에 열리는 아일랜드의 국경일인 성 패트릭 축일엔 그야말로 전 국토를 녹색으로 휘감고 삼위일체(Holy
Trinity)의 상징이기도 한 샴록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 풍습이 있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