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BGM은 Janne Da Arc의 월광화(月光花).
니코니코에서 이걸 BGM으로 만든 형님 추도 MAD를 보다가 울 뻔했다. 아아아 젠장....
츠나도 알렐이도 다 건드려놓고 후반에 맹렬하게 플래그 섰던 티반장을 빼먹었음을 뒤늦게 깨달았음. (야)
24화에서 티반장 혹여 작살나기 전에 올리고 죽어야겠다 싶어 미친듯이 분발한 결과. 형님 혓바닥 굴러가는 폼이 장난 아니게 화려한 나나지 카나(七地かな, 사이트명 Toten vogel) 씨의 <달콤한 물(あまい水)>의 번역문이 완성되었으니 여전히 배째고 등 딸 각오는 충만, 질은 바닥, 문제 되면 싹싹 문질러지워 버릴 예정이다.
리린 님 이거 말고도 리퀘스트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다 해드릴게요 으하하하하 (자멸 중)
...and less.
이런 것만 골라 읽고 있으니 '씨바 막장 뻘짓이 되어도 좋으니 돌아와만 다오' 가 절반이 될락말락 하지... orz
돌아오지 못하거나 진짜로 영원히 못 깨어나는 슬리핑 뷰티 되는 거 정답이긴 하지만 말야.
괜히 덧붙이자면 '뿔이 섰다(ツノが立つ)' 는 건 머랭이 충분히 끈끈해져서 끄트머리가 뾰족하게 일어나 그릇을 뒤집어도 쏟아지지 않는 상태를 가리키는 일본식 숙어랬던가 어쨌다던가. 요리에 티반장 이상으로 문외한인지라 잘못된 점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저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음... (꾸벅)
달콤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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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에리아는 기본적으로 요리라면 치가 떨린다.
<소박>한 <가정>요리라는 이름이 붙었으면 말할 나위도 없다.
설계도에 해당하는 레시피조차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처음부터 끝까지 <적당>, <조금>, <그쯤>의 온퍼레이드. 물어보면서 배우고 감각으로 익히면서 전수하고 전수받는 것이라 설명을 들어봤자, 지상에는 부모를 모르는 아이가 무수하고 우주에서는 부모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아이가 태어나는 시대. 헛소리를 해도 유분수라 생각하는 티에리아다 보니 식칼이니 도마는 인생에서 대략 억만 광년쯤 동떨어져 있었고, 하물며 계량 스푼이니 보울이니 쿠킹 시트는 별세계의 이야기였다. 이해할 수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다.
「다시 말해 이건 당신 탓입니다」
「오옷, 영광이네」
5ml짜리 계량 스푼을 손에 들고 찌릿거리는 티에리아의 눈앞에는, 허리까지 오는 앞치마를 두른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남자가 콧노래를 부르며 프라이팬을 놀리는 악몽같은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심지어는 분홍색 프릴이다. 제공자는 CB가 자랑하는, 지극히 우수하며, 일단은 티에리아를 비롯한 건담 마이스터들을 지휘하는 책무를 걸머졌을 전술예보관님.
악몽이 아니고 뭔가.
아주 드물게, 사막에 내리는 빗방울처럼, 미션과 미션 사이에 여유가 생길 때가 있다.
그럴 때 마이스터들은 대개 좋아하는 일, 처리는 해야 하지만 다급하진 않아서 미뤄두었던 일에 몰두한다. 이를테면 록온은 독서. 알렐루야는 커피콩을 사러 굳이 하계까지 내려간다. 세츠나는 눈을 떼면 없어진다.
저마다 제각각이다. 어디까지나 임무로 얼굴을 마주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그 이상의 간섭은 불필요. 따라서 티에리아는 자세히 알지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헌데.
「아 티에리아, 슬슬 소금 넣어라」
「넣으라니 몇 mg입니까」
「적당히」
「적당히!」
또 적당히란다.
5ml짜리 스푼을 난폭하게 동댕이치고 2.5ml를 집었다. 3ml를 잡았더니 "음~좀 많지 않아?" 였고 1.5ml는 "나쁘진 않지만 좀만 더" 였다.
절충해서 2.5ml. 이번에는 군말 없으려니 확신하고 정확하게 딱 맞추어 푼 소금을 그릇에 던져넣자, 옆에서 스윽 끼여든 숟가락이 거품이 일려는 머랭을 퍼올렸다.
「으음─쬐금 진한가?」
「…그러기에! 몇 mg인지──」
「됐어 됐어. 딴 걸 조절하면 어떻게 되겠다. 설탕은 우선 반만 넣어. 끈기가 생겨서 뿔이 일어날 때까지 거품을 낸 다음에 남은 절반을 투입. 아까 섞어둔 노른자랑 밀가루 반죽 있지? 거기 더하면 돼. 주걱으로 싹둑 가르듯이 섞을 것. 너무 정성들여 섞어도 안 돼. 그야 뻑뻑한 시폰케이크가 좋다면 말리진 않겠는데 나는 슬퍼서 싫으니까 적절히 자제하세요. 이상」
미련없이 등을 돌리고 냉장고를 열어, 딸기를 꺼내 얇게 썰고 있는 남자를 티에리아는 태워죽일 듯한 눈으로 5초간 노려보고, 7초에 접어들었을 때 한숨을 픽픽 쉬며 거품기를 들었다.
그나저나 뿔은 다 뭔가.
달걀 흰자는 거품이 일면 뿔이 돋아난다는 건가.
프톨레마이오스의 한켠, 본디는 크루 여러분께 맛은 죽도록 없지만 영양가는 높은 음식을 공급하는 부엌은 현재 마이스터 약 2명이 점령 중이다.
인원수가 어정쩡한 것은 독립 AI 한 대가 점령에 가세했기 때문이었다. 뭔가 심하게 맥빠지는 효과음과 함께 오렌지색 구체는 비닐봉지로 싼 쿠키 반죽 위에서 통통 튀고 있었다.
「하로─! 반죽은 적당히 해라. 너무 반죽하면 믹스 쿠키가 안 되거든~」
『라져, 라져』
오렌지색의 구체는 급기야 위태롭게도 주위의 벽과 바닥에서도 통통거리며 튀어올랐다. 아니나다를까 그예 균형을 잃고 『꺄─』라는 비명 흡사한 소리를 지르며 바닥을 굴러가는 독립 AI를, 티에리아는 얼음장 같은 눈길로 흘끗 쏘아보고 시선을 다시 코앞으로 돌렸다.
변화 없음. 전혀.
거품기를 최고 속도로 돌렸음에도 타겟은 록온에게 넘겨받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표면에 작은 거품이 동동 떠다니는 상태에서 한 치도 변하지 않았다.
…무엇 때문에.
「우와아악 티에리아! 스톱 스톱! 거품 안 생긴다고 세젤 넣는 놈이 어딨냐!」
「기계는 최고급 속도는 최대, 재료의 측량도 완벽했다면 임무에 실패할 리가 없어요. 록온, 이 달걀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외부로부터 특정한 물질이 주입되었을 가능성이」
「없어 없어」
록온은 손을 휘휘 내저으며 흰자가 담긴 그릇을 집어들었다. 다른 그릇에 얼음물을 넣고 그 안에 방금 전의 그릇을 띄운 후, 하얗고 기름한 손이 거품기를 들자 순식간에 하얀 거품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설탕도 넣었겠다, 좀 느슨해졌던가 봐. 그럴 때는 차게 하면 거품이 생겨」
「어째서입니까. 원리는」
「글쎄다. 시원해서 흰자가 기분 좋아진 거 아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록온의 손은 부드럽게 원을 그렸고 그때마다 하얀 거품이 몽실몽실 커져갔다. 마침내 형태가 뭉개지지 않을 만큼 충분히 끈기가 생기자, 록온은 노른자와 밀가루의 반죽 속에 주의 깊게 거품을 혼합했다.
우선은 반만. 주걱으로 썩둑 가르듯이 섞다가, 남은 절반을 귀부인을 모시듯 신중하게 거품을 터뜨리지 않도록 부어넣고, 틀에 붓고는, 탁자에 콩 내리쳐 공기를 뺐다.
「참 잘했어요. 이젠 오븐에 넣기만 하면 끝. 딱딱한 쪽? 촉촉한 쪽?」
「무슨 말입니까」
「네 취향 말야」
「어느――」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는 말은 기각. 선배 명령이다. 하나 골라」
「…촉촉하게」
「Yes, my lord」
시폰 틀을 네모난 어둠 속에 슥 밀어넣고 시간을 짧게 조절해 오븐 문을 닫고는, 록온은 그제서야 처음으로 손에 묻은 가루를 팡팡 털어냈다.
「수고했어요, 여기서 벌칙 게임은 종료! 뒤는 나한테 맡기고 넌 좀 자라. 어제도 밤늦게까지 버츄에 매달려 있었지? 하여간 니네들은 얘나 쟤나 할 거 없이 기체 바보라 할지 건담 바보라 할지」
「규율을 상습적으로 무시하는 불량과 한 카테고리에 넣지 말아주십시오」
「예에 예. 그야 세츠나 걔도 참 골때리는 놈이지만, 배울 점이 없진 않아. 특히 넌」
「…무슨 의미입니까」
「명령을 하나부터 열까지 엄수만 하는 것도 문제 있단 얘기」
크루들이 남아도는 시간을 감당 못해 시작한 카드놀이였다. 마침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술병으로 산을 쌓은 스메라기에게 덜미 잡혀 반 강제로 참가하게 된 티에리아는 대단한 의욕도 없이 쌈박하게 지고 말았다.
애당초 이길 마음도 없었다.
머릿속은 이미 버츄에 새로이 추가한 장비의 활용법으로 꽉 차 있었으므로, 실은 벌칙 게임이 기다리는 줄 비로소 안 것은 꼴찌한 주제에 실실 웃고 있는 록온이 어깨를 퐁 두드렸을 때였다.
록온과 티에리아, 꼴찌와 뒤에서 두 번째에게 떨어진 사명은 크루 여러분께 디저트 제공. 단, 손수 만들어야 한다.
티에리아가 말려들었을 때만 해도, 록온은 톱은 아니어도 웬만큼 실수만 하지 않으면 괜찮은 순위를 확보할 수 있는 포지션에 있었다.
이 남자는 시키지도 않은 무익한 짓을 자청해서 한다. 결코 머리도 나쁘지 않으면서.
티에리아는 요리라면 지긋지긋하다.
적당적당하고, 애매하고, 분명한 답이 없는, 이성의 지배가 미치지 않는 영역에 있는 존재가 싫다.
「…베다는 우리의 이상이자 의사이며, 완전하고도 완벽한 두뇌입니다. 그에 순종하는 것이야말로 베다의 손발인 우리의 임무이며 손발은 그를 위해 존재합니다. 그는 마이스터의 일원으로서 베다에게 선택받았고, 그를 받아들였음에도 베다의 의사를 거역합니다. 모순되어 있어요」
무엇보다도 건담을 숭앙하면서 그 건담을 낳은 근원을 거부한다.
완전하면서 완벽한 신을.
「응」
록온은 고개를 끄덕이고 바닥에서 비닐봉지에 넣은 쿠키 반죽을 집어올렸다. 동글동글한 모양이 되었어야 할 커피와 플레인의 반죽은 어린애가 함부로 갈겨쓴 낙서처럼 대중 없는 꼬락서니가 되어 있었지만, 록온은 수고했다면서 하로를 토닥였다. 눈을 반짝반짝 점멸하며 하로는 록온의 발치를 돌았다.
「티에리아. 완전의 별명이 뭔지 알아?」
「……글쎄요」
「막다른 길이야」
결국 쿠키는 푸슬푸슬하게 구워졌고, 끔찍히도 맛이 없어 도저히 인간이 먹을 물건이 못 되었다. 모두가 남기고 도망간 쿠키의 잔해 같은 부스러기를, 록온은 하로를 어깨에 얹고 웃으면서 때때로 입에 가져갔다. 너도 먹어보라며 나 모르쇠를 굳히고 저만치 떨어진 세츠나에게도 억지로 떠넘겨서, 세츠나 역시 잠자코 먹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맛은 지금도 티에리아의 혀끝에 남아 있다.
마지막까지 식당에 남아 먹었던 그 맛.
트라우마가 되고도 남을 만큼 통렬하게 쓰고 끔찍했던 그 맛.
아마도 줄곧 기억하리라.
죽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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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퀘스트는 록온세츠도 세츠록온도 베다티에도 티에베다도 앞치마 두른 록형도 아니었습니다.
티에록온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즐거웠어요. 분홍 에이프런! 프릴! 꺄아! (평소에는 까만 카페용 앞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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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에리아는 기본적으로 요리라면 치가 떨린다.
<소박>한 <가정>요리라는 이름이 붙었으면 말할 나위도 없다.
설계도에 해당하는 레시피조차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처음부터 끝까지 <적당>, <조금>, <그쯤>의 온퍼레이드. 물어보면서 배우고 감각으로 익히면서 전수하고 전수받는 것이라 설명을 들어봤자, 지상에는 부모를 모르는 아이가 무수하고 우주에서는 부모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아이가 태어나는 시대. 헛소리를 해도 유분수라 생각하는 티에리아다 보니 식칼이니 도마는 인생에서 대략 억만 광년쯤 동떨어져 있었고, 하물며 계량 스푼이니 보울이니 쿠킹 시트는 별세계의 이야기였다. 이해할 수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다.
「다시 말해 이건 당신 탓입니다」
「오옷, 영광이네」
5ml짜리 계량 스푼을 손에 들고 찌릿거리는 티에리아의 눈앞에는, 허리까지 오는 앞치마를 두른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남자가 콧노래를 부르며 프라이팬을 놀리는 악몽같은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심지어는 분홍색 프릴이다. 제공자는 CB가 자랑하는, 지극히 우수하며, 일단은 티에리아를 비롯한 건담 마이스터들을 지휘하는 책무를 걸머졌을 전술예보관님.
악몽이 아니고 뭔가.
아주 드물게, 사막에 내리는 빗방울처럼, 미션과 미션 사이에 여유가 생길 때가 있다.
그럴 때 마이스터들은 대개 좋아하는 일, 처리는 해야 하지만 다급하진 않아서 미뤄두었던 일에 몰두한다. 이를테면 록온은 독서. 알렐루야는 커피콩을 사러 굳이 하계까지 내려간다. 세츠나는 눈을 떼면 없어진다.
저마다 제각각이다. 어디까지나 임무로 얼굴을 마주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그 이상의 간섭은 불필요. 따라서 티에리아는 자세히 알지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헌데.
「아 티에리아, 슬슬 소금 넣어라」
「넣으라니 몇 mg입니까」
「적당히」
「적당히!」
또 적당히란다.
5ml짜리 스푼을 난폭하게 동댕이치고 2.5ml를 집었다. 3ml를 잡았더니 "음~좀 많지 않아?" 였고 1.5ml는 "나쁘진 않지만 좀만 더" 였다.
절충해서 2.5ml. 이번에는 군말 없으려니 확신하고 정확하게 딱 맞추어 푼 소금을 그릇에 던져넣자, 옆에서 스윽 끼여든 숟가락이 거품이 일려는 머랭을 퍼올렸다.
「으음─쬐금 진한가?」
「…그러기에! 몇 mg인지──」
「됐어 됐어. 딴 걸 조절하면 어떻게 되겠다. 설탕은 우선 반만 넣어. 끈기가 생겨서 뿔이 일어날 때까지 거품을 낸 다음에 남은 절반을 투입. 아까 섞어둔 노른자랑 밀가루 반죽 있지? 거기 더하면 돼. 주걱으로 싹둑 가르듯이 섞을 것. 너무 정성들여 섞어도 안 돼. 그야 뻑뻑한 시폰케이크가 좋다면 말리진 않겠는데 나는 슬퍼서 싫으니까 적절히 자제하세요. 이상」
미련없이 등을 돌리고 냉장고를 열어, 딸기를 꺼내 얇게 썰고 있는 남자를 티에리아는 태워죽일 듯한 눈으로 5초간 노려보고, 7초에 접어들었을 때 한숨을 픽픽 쉬며 거품기를 들었다.
그나저나 뿔은 다 뭔가.
달걀 흰자는 거품이 일면 뿔이 돋아난다는 건가.
프톨레마이오스의 한켠, 본디는 크루 여러분께 맛은 죽도록 없지만 영양가는 높은 음식을 공급하는 부엌은 현재 마이스터 약 2명이 점령 중이다.
인원수가 어정쩡한 것은 독립 AI 한 대가 점령에 가세했기 때문이었다. 뭔가 심하게 맥빠지는 효과음과 함께 오렌지색 구체는 비닐봉지로 싼 쿠키 반죽 위에서 통통 튀고 있었다.
「하로─! 반죽은 적당히 해라. 너무 반죽하면 믹스 쿠키가 안 되거든~」
『라져, 라져』
오렌지색의 구체는 급기야 위태롭게도 주위의 벽과 바닥에서도 통통거리며 튀어올랐다. 아니나다를까 그예 균형을 잃고 『꺄─』라는 비명 흡사한 소리를 지르며 바닥을 굴러가는 독립 AI를, 티에리아는 얼음장 같은 눈길로 흘끗 쏘아보고 시선을 다시 코앞으로 돌렸다.
변화 없음. 전혀.
거품기를 최고 속도로 돌렸음에도 타겟은 록온에게 넘겨받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표면에 작은 거품이 동동 떠다니는 상태에서 한 치도 변하지 않았다.
…무엇 때문에.
「우와아악 티에리아! 스톱 스톱! 거품 안 생긴다고 세젤 넣는 놈이 어딨냐!」
「기계는 최고급 속도는 최대, 재료의 측량도 완벽했다면 임무에 실패할 리가 없어요. 록온, 이 달걀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외부로부터 특정한 물질이 주입되었을 가능성이」
「없어 없어」
록온은 손을 휘휘 내저으며 흰자가 담긴 그릇을 집어들었다. 다른 그릇에 얼음물을 넣고 그 안에 방금 전의 그릇을 띄운 후, 하얗고 기름한 손이 거품기를 들자 순식간에 하얀 거품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설탕도 넣었겠다, 좀 느슨해졌던가 봐. 그럴 때는 차게 하면 거품이 생겨」
「어째서입니까. 원리는」
「글쎄다. 시원해서 흰자가 기분 좋아진 거 아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록온의 손은 부드럽게 원을 그렸고 그때마다 하얀 거품이 몽실몽실 커져갔다. 마침내 형태가 뭉개지지 않을 만큼 충분히 끈기가 생기자, 록온은 노른자와 밀가루의 반죽 속에 주의 깊게 거품을 혼합했다.
우선은 반만. 주걱으로 썩둑 가르듯이 섞다가, 남은 절반을 귀부인을 모시듯 신중하게 거품을 터뜨리지 않도록 부어넣고, 틀에 붓고는, 탁자에 콩 내리쳐 공기를 뺐다.
「참 잘했어요. 이젠 오븐에 넣기만 하면 끝. 딱딱한 쪽? 촉촉한 쪽?」
「무슨 말입니까」
「네 취향 말야」
「어느――」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는 말은 기각. 선배 명령이다. 하나 골라」
「…촉촉하게」
「Yes, my lord」
시폰 틀을 네모난 어둠 속에 슥 밀어넣고 시간을 짧게 조절해 오븐 문을 닫고는, 록온은 그제서야 처음으로 손에 묻은 가루를 팡팡 털어냈다.
「수고했어요, 여기서 벌칙 게임은 종료! 뒤는 나한테 맡기고 넌 좀 자라. 어제도 밤늦게까지 버츄에 매달려 있었지? 하여간 니네들은 얘나 쟤나 할 거 없이 기체 바보라 할지 건담 바보라 할지」
「규율을 상습적으로 무시하는 불량과 한 카테고리에 넣지 말아주십시오」
「예에 예. 그야 세츠나 걔도 참 골때리는 놈이지만, 배울 점이 없진 않아. 특히 넌」
「…무슨 의미입니까」
「명령을 하나부터 열까지 엄수만 하는 것도 문제 있단 얘기」
크루들이 남아도는 시간을 감당 못해 시작한 카드놀이였다. 마침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술병으로 산을 쌓은 스메라기에게 덜미 잡혀 반 강제로 참가하게 된 티에리아는 대단한 의욕도 없이 쌈박하게 지고 말았다.
애당초 이길 마음도 없었다.
머릿속은 이미 버츄에 새로이 추가한 장비의 활용법으로 꽉 차 있었으므로, 실은 벌칙 게임이 기다리는 줄 비로소 안 것은 꼴찌한 주제에 실실 웃고 있는 록온이 어깨를 퐁 두드렸을 때였다.
록온과 티에리아, 꼴찌와 뒤에서 두 번째에게 떨어진 사명은 크루 여러분께 디저트 제공. 단, 손수 만들어야 한다.
티에리아가 말려들었을 때만 해도, 록온은 톱은 아니어도 웬만큼 실수만 하지 않으면 괜찮은 순위를 확보할 수 있는 포지션에 있었다.
이 남자는 시키지도 않은 무익한 짓을 자청해서 한다. 결코 머리도 나쁘지 않으면서.
티에리아는 요리라면 지긋지긋하다.
적당적당하고, 애매하고, 분명한 답이 없는, 이성의 지배가 미치지 않는 영역에 있는 존재가 싫다.
「…베다는 우리의 이상이자 의사이며, 완전하고도 완벽한 두뇌입니다. 그에 순종하는 것이야말로 베다의 손발인 우리의 임무이며 손발은 그를 위해 존재합니다. 그는 마이스터의 일원으로서 베다에게 선택받았고, 그를 받아들였음에도 베다의 의사를 거역합니다. 모순되어 있어요」
무엇보다도 건담을 숭앙하면서 그 건담을 낳은 근원을 거부한다.
완전하면서 완벽한 신을.
「응」
록온은 고개를 끄덕이고 바닥에서 비닐봉지에 넣은 쿠키 반죽을 집어올렸다. 동글동글한 모양이 되었어야 할 커피와 플레인의 반죽은 어린애가 함부로 갈겨쓴 낙서처럼 대중 없는 꼬락서니가 되어 있었지만, 록온은 수고했다면서 하로를 토닥였다. 눈을 반짝반짝 점멸하며 하로는 록온의 발치를 돌았다.
「티에리아. 완전의 별명이 뭔지 알아?」
「……글쎄요」
「막다른 길이야」
결국 쿠키는 푸슬푸슬하게 구워졌고, 끔찍히도 맛이 없어 도저히 인간이 먹을 물건이 못 되었다. 모두가 남기고 도망간 쿠키의 잔해 같은 부스러기를, 록온은 하로를 어깨에 얹고 웃으면서 때때로 입에 가져갔다. 너도 먹어보라며 나 모르쇠를 굳히고 저만치 떨어진 세츠나에게도 억지로 떠넘겨서, 세츠나 역시 잠자코 먹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맛은 지금도 티에리아의 혀끝에 남아 있다.
마지막까지 식당에 남아 먹었던 그 맛.
트라우마가 되고도 남을 만큼 통렬하게 쓰고 끔찍했던 그 맛.
아마도 줄곧 기억하리라.
죽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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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퀘스트는 록온세츠도 세츠록온도 베다티에도 티에베다도 앞치마 두른 록형도 아니었습니다.
티에록온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즐거웠어요. 분홍 에이프런! 프릴! 꺄아! (평소에는 까만 카페용 앞치마)
이런 것만 골라 읽고 있으니 '씨바 막장 뻘짓이 되어도 좋으니 돌아와만 다오' 가 절반이 될락말락 하지... orz
돌아오지 못하거나 진짜로 영원히 못 깨어나는 슬리핑 뷰티 되는 거 정답이긴 하지만 말야.
괜히 덧붙이자면 '뿔이 섰다(ツノが立つ)' 는 건 머랭이 충분히 끈끈해져서 끄트머리가 뾰족하게 일어나 그릇을 뒤집어도 쏟아지지 않는 상태를 가리키는 일본식 숙어랬던가 어쨌다던가. 요리에 티반장 이상으로 문외한인지라 잘못된 점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저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음...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