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도 없이 되는 대로 나오는 대로 날려써부린 삼국지판 발렌타인 데이 특집.
(아니 내가 날을 챙기다니!!!? ;;;; ...실은 초콜릿 금단증상일 뿐이라고도 합니다;;;;)
시대 고증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은 막 나가는 부조리극이므로 역사를 진심으로 애호하고 사랑하시는 분들은 제발 그냥 돌아가주십시오. 부, 부디 손도끼만은 용서를... 으아아아아아아악!!!!
SIDE A-38. 용케도 하는구나(よくやるね) : 소패왕(女)과 미주랑의 발렌타인 데이
카카오 나무를 심어서 열매를 얻으려면 아무리 빨라도 12년은 걸린다던가 어쨌다던가. 참을성 없는 소패왕으로서는 드물게도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다. 이것도 나름대로 애정. (어디가!?)
"내놔."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손부터 벌리는 남편님의, 장수답게 굳은 살 박힌 손바닥을 멍하니 내려다보며 주유는 반문했고,
".....뭘?"
즉시 후회했다.
손날치기 한 방에 깨끗이 두 쪽난 탁자의 명복을 마음속으로 짧게 빈 후, 질리도록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들이대는 손책의 압박을 내심 진땀을 흘리면서 마주했다.
"공근... 오늘은 며칠이냐."
"...2월 14일입니다."
"세간에서는 그날을 뭐라고 하더라?"
"...발렌타인 데이라고 하죠."
"쯧! 그렇게 잘 알면 진작부터 빠릿빠릿하게 굴어라, 응? 할 일 하나뿐이잖냐. 냉큼 내놔."
"백부, 지금은 서기 199년 중국이야..."
"그래서?"
"초콜릿이 존재할 리가 없,"
또 후회했다.
이번에는 짓밟기 일격에 의자가 박살났다.
"그렇게 따지면 발렌타인 데이가 제정된 건 서기 498년! 활성화는 15세기부터! 더욱이 일본놈들이 이벤트라면 껌벅 죽는 커플 심리를 노려 초콜릿을 팔아먹을 구실을 찾아낸 건 1960년대! 하물며 지금 중국, 아니 한(漢)에서 율리우슨지 그레고린지를 쓸 성 싶으냐 서기 199년 2월 14일은 무슨 얼어죽을! 건안 4년 3월 7일이지!!"
더구나 어쩌다 보니 세상의 커플들에게 맘껏 논실난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한편 나아가 일본과 한국 과자업계의 구세주가 된 성 발렌티누스가 순교한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로마의 클라우디우스 2세 치하 당시, 즉 269년이다. 다시 말해 아직 죽지도 않았다.
"넌 내가 무려 여.자.인 Alternative Universe에서 고증을 기대하는 거냐!?"
문답무용의 설득력이 있었다.
"그래 알았어, 알았는데... 초콜릿은 여자가 남자에게 주는 걸로 기억한다만."
반경 5미터 내에 박살낼 물건이 없음을 기꺼워하며 대담하게 반항을 시도했다.
굳이 찾는다면 주유의 늑골이라던가 목뼈도 있긴 하지만 친우 겸 주군 겸 남편의 대략 털끝만한 양심을 믿고 싶었다.
"이놈 자식 보게. 정말 몰라서 이러냐!? 여자->남자는 왜놈들의 음모라니까! 진짜 발렌타인 데이에는 남자가 여자한테 선물하는 게 보통이라고!"
일본 것들의 음모 운운할 바에는 초콜릿을 고집할 이유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그러나 생각이 소리가 되기도 전에 선수를 빼앗겼다.
"무엇보다,"
손책이 어깨를 희한하도록 우아하게 으쓱했다.
"동인계에선 십에 팔구는 受가 攻에게 주는 법인 줄 내가 알고 네가 알고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 마눌님."
지한테 유리한 정보만 강인하게 갖다 쓰는 손책의 스킬에는 대략 13년 정도 신나게 부대낀 바 놀라울 일도 없지만, 이번은 자존심을 걸고 그냥은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 들어 있었다.
"잠깐 기다려, 여기 주인장은 유책이잖아!?"
"호오, 네 주변머리로 날 깔겠다고. 비오는 날 먼지 풀풀 날리도록 맞고 잡냐?"
스트레이트 커플에선 무조건 여자가 攻이어야 한다는 신념 쪽이 기본 구도를 앞질렀다고도 한다.
주공근, 반항도 무색하게 패배. 어차피 저놈의 우김에 이겨본 역사가 없긴 했다.
오늘의 부부싸움도 승리로 이끈 손책은 자비롭게 친우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물론 수제가 아니면 안 받을 거야. 주는 대로 먹으란 야박한 말은 안 하겠지?"
"그렇지만 백부, 수제고 자시고 없는 건 없는 거,"
손책은 상큼하게 엄지를 밑으로 내리며 선고했다.
"나무부터 심어."
"....................진심이십니까?"
"12년쯤은 기다려주마. 잘 다녀와 허니-"
"................................진심이십니까!!?"
반쯤 울다시피, 그러나 매우 진지하게 어디에서 묘목을 입수할지 머리를 핑핑 굴리기 시작하는 주유의 뒤에서,
손책은 배를 잡고 쳐웃기 시작했다.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손부터 벌리는 남편님의, 장수답게 굳은 살 박힌 손바닥을 멍하니 내려다보며 주유는 반문했고,
".....뭘?"
즉시 후회했다.
손날치기 한 방에 깨끗이 두 쪽난 탁자의 명복을 마음속으로 짧게 빈 후, 질리도록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들이대는 손책의 압박을 내심 진땀을 흘리면서 마주했다.
"공근... 오늘은 며칠이냐."
"...2월 14일입니다."
"세간에서는 그날을 뭐라고 하더라?"
"...발렌타인 데이라고 하죠."
"쯧! 그렇게 잘 알면 진작부터 빠릿빠릿하게 굴어라, 응? 할 일 하나뿐이잖냐. 냉큼 내놔."
"백부, 지금은 서기 199년 중국이야..."
"그래서?"
"초콜릿이 존재할 리가 없,"
또 후회했다.
이번에는 짓밟기 일격에 의자가 박살났다.
"그렇게 따지면 발렌타인 데이가 제정된 건 서기 498년! 활성화는 15세기부터! 더욱이 일본놈들이 이벤트라면 껌벅 죽는 커플 심리를 노려 초콜릿을 팔아먹을 구실을 찾아낸 건 1960년대! 하물며 지금 중국, 아니 한(漢)에서 율리우슨지 그레고린지를 쓸 성 싶으냐 서기 199년 2월 14일은 무슨 얼어죽을! 건안 4년 3월 7일이지!!"
더구나 어쩌다 보니 세상의 커플들에게 맘껏 논실난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한편 나아가 일본과 한국 과자업계의 구세주가 된 성 발렌티누스가 순교한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로마의 클라우디우스 2세 치하 당시, 즉 269년이다. 다시 말해 아직 죽지도 않았다.
"넌 내가 무려 여.자.인 Alternative Universe에서 고증을 기대하는 거냐!?"
문답무용의 설득력이 있었다.
"그래 알았어, 알았는데... 초콜릿은 여자가 남자에게 주는 걸로 기억한다만."
반경 5미터 내에 박살낼 물건이 없음을 기꺼워하며 대담하게 반항을 시도했다.
굳이 찾는다면 주유의 늑골이라던가 목뼈도 있긴 하지만 친우 겸 주군 겸 남편의 대략 털끝만한 양심을 믿고 싶었다.
"이놈 자식 보게. 정말 몰라서 이러냐!? 여자->남자는 왜놈들의 음모라니까! 진짜 발렌타인 데이에는 남자가 여자한테 선물하는 게 보통이라고!"
일본 것들의 음모 운운할 바에는 초콜릿을 고집할 이유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그러나 생각이 소리가 되기도 전에 선수를 빼앗겼다.
"무엇보다,"
손책이 어깨를 희한하도록 우아하게 으쓱했다.
"동인계에선 십에 팔구는 受가 攻에게 주는 법인 줄 내가 알고 네가 알고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 마눌님."
지한테 유리한 정보만 강인하게 갖다 쓰는 손책의 스킬에는 대략 13년 정도 신나게 부대낀 바 놀라울 일도 없지만, 이번은 자존심을 걸고 그냥은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 들어 있었다.
"잠깐 기다려, 여기 주인장은 유책이잖아!?"
"호오, 네 주변머리로 날 깔겠다고. 비오는 날 먼지 풀풀 날리도록 맞고 잡냐?"
스트레이트 커플에선 무조건 여자가 攻이어야 한다는 신념 쪽이 기본 구도를 앞질렀다고도 한다.
주공근, 반항도 무색하게 패배. 어차피 저놈의 우김에 이겨본 역사가 없긴 했다.
오늘의 부부싸움도 승리로 이끈 손책은 자비롭게 친우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물론 수제가 아니면 안 받을 거야. 주는 대로 먹으란 야박한 말은 안 하겠지?"
"그렇지만 백부, 수제고 자시고 없는 건 없는 거,"
손책은 상큼하게 엄지를 밑으로 내리며 선고했다.
"나무부터 심어."
"....................진심이십니까?"
"12년쯤은 기다려주마. 잘 다녀와 허니-"
"................................진심이십니까!!?"
반쯤 울다시피, 그러나 매우 진지하게 어디에서 묘목을 입수할지 머리를 핑핑 굴리기 시작하는 주유의 뒤에서,
손책은 배를 잡고 쳐웃기 시작했다.
카카오 나무를 심어서 열매를 얻으려면 아무리 빨라도 12년은 걸린다던가 어쨌다던가. 참을성 없는 소패왕으로서는 드물게도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다. 이것도 나름대로 애정. (어디가!?)
SIDE A-01. 베푸는 남자(与える男) : 소패왕(男)과 미주랑의 발렌타인 데이
満足したから、もう言うことは何も…쿠헉.
"공근."
1년에 한두 번 해주면 이미 홍해가 갈라질 기적이라는 실로 조신하기 짝이 없는 태도로 눈을 내리깐 손책이 조용히 말했다. 주지의 사실이다시피 닥치고만 있으면 청순미가 철철 넘쳐흐르는 얼굴이므로 눈보신에는 왓다인 광경이었으나, 주유의 등골에서는 식은땀이 솟고 위장은 뒤틀리고 있었다.
이 순간에도 최고 심복의 수명을 대략 6분 가량 깎아먹고 있는 불량 주군은 여전히 눈을 내리깐 채 천장을 가리켜 보였다.
"우린 ↑저 위에서처럼 불모한 싸움은 하지 말자."
이 경우 위가 어디냐고 태클을 넣어선 안 된다.
"자형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예산이 어떻다 재정이 저떻다 종알종알 불평이 많은 요즘 애먼 집기를 부수면서 시위하는 건 귀찮...아니 본의도 아니고."
불평이 없었으면 부술 생각이었냐.
"넌 내게 정조를 바치기로 맹세한 몸이잖아?"
맹세한 적 없어!!
"뭐 이런 저런 이유를 모아보면 결론은 단 하나뿐이지."
.....정말로 듣고 싶지 않고 알고 싶지 않건만 앞길이 뻔히 보이는 자신이 서글퍼 죽겠다.
"난 수제를 내놓으란 사치스런 소린 안 해. 길리안 오푸스 세트로 타협해 줄 테니까 얼른 내놔라♡"
그래봤자 삥뜯기는 마찬가지.
"....백부."
빛이 반짝반짝 뿜어나는 (안 어울리게스리) 더허럽게 천진한 미소로 압박을 쌔우고 있는 친우에게 오소소 돋아나는 소름을 억누르며 주유가 입을 열었다.
"왜."
"동인계에선 십에 팔구는 受가 攻에게 주는 것이 상식이라며."
"근데 그게 뭐."
"이거, 유책이라고....?"
쓰는 여자조차도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모양이지만, 하여간 유책은 유책이다.
손책은 조심스럽게 사실을 제시하는 의제를 한동안 쳐다보더니, 여보란 듯이 세 배쯤 과장된 한숨을 땅이 꺼져라 파악 토해냈다.
"하아... 실망이다 주공근. 진─짜 실망했어."
"뭐!?"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受 이퀄 여자역이라는 전근대적이고 반동적이고 고리타분하고 케케묵은 발상에 사로잡혀 있는 거냐. 웬만한 동인을 보면 攻이란 것들은 아주 당연하다는 낯짝을 하고 受에게 초콜릿을 요구하는데 말야, 내 참, 생지랄 까고 있네. 발렌타인 데이는 뭐 일본/한국 한정이다만, 사랑에 빠진 여.자.들의 이벤트라고. 근데 왜 멀쩡하게 달릴 거 달린 자식한테 소녀의 특권을 발휘하라고 을러대는 건데.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게 아니라 다리 셋 달린 기집애로 보기라도 한다는 거냐? 그야 뭐 아직도 BL엔 이게 사내새낀지 기집앤지 헷갈리는 말아먹을 종자들이 판치고 있는 모양이다만 건 그거고. 옛날 고리짝에 유행했던 난 게이가 아니고 그 사람이라서 좋아하는 거다 따위의 쌩 헛소리가 생각나서 밸꼴리는군. 인간아 진짜 스트레이트는 그 사람이고 나발이고 남자 거시기 비빌 생각은 절대 안 하거든? 정 발렌타인 데이를 챙겨먹고 싶거든 본연의 솔로지옥 커플천국의 날로 활용하면 되잖아. 선물 교환의 날이래며? 말 나온 김에 말인데 攻은 남자한테 질투하고 受는 여자한테 질투하는 건 대체 뭔 조화야? 내 사람한테 접근하는 놈은 무조건 다 적이라는 발상이라면 스트레이트와 게이의 비율을 따지고 봤을 때 攻도 여자를 더 경계해야 하는 거 아냐? BL 월드라서 호모(차별용어)밖에 없다면야 뭐 할 말 없다만, 그럼 왜 受는 여자한테 경계심을 보이는 거냐고. 受 이퀄 여자라서? 미치겠군. 그럴 거면 뭐하러 男男을 해, 스트레이트 노멀 순정에서나 놀란 말이다. 기집애처럼 이쁘장하면 무조건 受라는 발상부터도 아주 글러먹었어. 남자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구먼. 얼굴 곱상한 놈들일수록 평소 울분에다 스트레스에다 콤플렉스가 쌓여서 어그레시~브한 개마초 되기 십상이구만. 어, 그래. 딱 공근 너처럼 말이다. 생각해 보면 것도 웃기는군, 왜 허구헌날 攻만 올라타고 헐떡헐떡 발정하는 건지 누가 설명 좀 해 봐. 受도 남자잖아. 10대엔 스물 세 시간은 섹스 생각하고 한 시간은 밥 생각하고 딸딸이 치다가 뇌까지 녹는다는 하반신만 산 발정기 짐승이란 말이다. 지가 무슨 금욕을 맹세한 성직자라고 얌전히 앉아서 攻이 덤벼들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攻이라서 무조건 공격적이고 受라서 수동적이냐. 웃기고 자빠졌네. 아 그리고 또...."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만해 백부!!"
미친듯이 삼천포로 가는 가도를 폭진하는 친우 겸 주군 겸 의형의 옷자락을 주유는 울면서 붙들고 늘어졌다.
실은 평소 관리인의 의문.
일장연설을 도중에 훼방받고도 별달리 싫은 기색 없이 손책은 마무리를 지었다.
"이건 그거야 그거. 먼저 말 꺼내서 먼저 납득시킨 놈이 쟁취하는 서바이벌 시스템이라고."
뭔가 이상하긴 한데 반박하기가 어렵다.
"자, 알았으면 냉큼 상납해라 공근. 설마 주군의 기대를 실망시키진 않겠지?"
뭐가 알았으면인지 한 개도 모르겠지만, 심히 강인하게 그쪽으로 몰고 가 또다시 압박을 쌔워대는 친우를 주유는 흰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냥 처음부터 당신 입맛이 땡겼을 뿐이라고 솔직히 말씀하시죠.
흰눈으로 쳐다보았자 어차피 의형의 땡깡을 씹을 만큼 독하지는 못한 게 주유의 비극이었다.
사실은.
"........오푸스 말고도 있는데, 그건 필요없어?"
"─공근."
"왜?"
"역시 난 장가 안 갈란다."
"갑자기 뭐야!?"
"벌써 끝내주게 마음씀씀이 좋은 마누라가 있는걸. 바로 여기♡"
"백부─────!!!!!!" -_-++++
男男 커플에서 - 실은 어디서도 - 통하는 발렌타인 데이의 법칙.
먼저 신경 써서 챙긴 쪽이 패배견.
뭐, 언제나 반한 쪽이 약자인 법이다.
이야말로 세상의 진리. 경사났네 경사났어.
1년에 한두 번 해주면 이미 홍해가 갈라질 기적이라는 실로 조신하기 짝이 없는 태도로 눈을 내리깐 손책이 조용히 말했다. 주지의 사실이다시피 닥치고만 있으면 청순미가 철철 넘쳐흐르는 얼굴이므로 눈보신에는 왓다인 광경이었으나, 주유의 등골에서는 식은땀이 솟고 위장은 뒤틀리고 있었다.
이 순간에도 최고 심복의 수명을 대략 6분 가량 깎아먹고 있는 불량 주군은 여전히 눈을 내리깐 채 천장을 가리켜 보였다.
"우린 ↑저 위에서처럼 불모한 싸움은 하지 말자."
이 경우 위가 어디냐고 태클을 넣어선 안 된다.
"자형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예산이 어떻다 재정이 저떻다 종알종알 불평이 많은 요즘 애먼 집기를 부수면서 시위하는 건 귀찮...아니 본의도 아니고."
불평이 없었으면 부술 생각이었냐.
"넌 내게 정조를 바치기로 맹세한 몸이잖아?"
맹세한 적 없어!!
"뭐 이런 저런 이유를 모아보면 결론은 단 하나뿐이지."
.....정말로 듣고 싶지 않고 알고 싶지 않건만 앞길이 뻔히 보이는 자신이 서글퍼 죽겠다.
"난 수제를 내놓으란 사치스런 소린 안 해. 길리안 오푸스 세트로 타협해 줄 테니까 얼른 내놔라♡"
그래봤자 삥뜯기는 마찬가지.
"....백부."
빛이 반짝반짝 뿜어나는 (안 어울리게스리) 더허럽게 천진한 미소로 압박을 쌔우고 있는 친우에게 오소소 돋아나는 소름을 억누르며 주유가 입을 열었다.
"왜."
"동인계에선 십에 팔구는 受가 攻에게 주는 것이 상식이라며."
"근데 그게 뭐."
"이거, 유책이라고....?"
쓰는 여자조차도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모양이지만, 하여간 유책은 유책이다.
손책은 조심스럽게 사실을 제시하는 의제를 한동안 쳐다보더니, 여보란 듯이 세 배쯤 과장된 한숨을 땅이 꺼져라 파악 토해냈다.
"하아... 실망이다 주공근. 진─짜 실망했어."
"뭐!?"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受 이퀄 여자역이라는 전근대적이고 반동적이고 고리타분하고 케케묵은 발상에 사로잡혀 있는 거냐. 웬만한 동인을 보면 攻이란 것들은 아주 당연하다는 낯짝을 하고 受에게 초콜릿을 요구하는데 말야, 내 참, 생지랄 까고 있네. 발렌타인 데이는 뭐 일본/한국 한정이다만, 사랑에 빠진 여.자.들의 이벤트라고. 근데 왜 멀쩡하게 달릴 거 달린 자식한테 소녀의 특권을 발휘하라고 을러대는 건데.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게 아니라 다리 셋 달린 기집애로 보기라도 한다는 거냐? 그야 뭐 아직도 BL엔 이게 사내새낀지 기집앤지 헷갈리는 말아먹을 종자들이 판치고 있는 모양이다만 건 그거고. 옛날 고리짝에 유행했던 난 게이가 아니고 그 사람이라서 좋아하는 거다 따위의 쌩 헛소리가 생각나서 밸꼴리는군. 인간아 진짜 스트레이트는 그 사람이고 나발이고 남자 거시기 비빌 생각은 절대 안 하거든? 정 발렌타인 데이를 챙겨먹고 싶거든 본연의 솔로지옥 커플천국의 날로 활용하면 되잖아. 선물 교환의 날이래며? 말 나온 김에 말인데 攻은 남자한테 질투하고 受는 여자한테 질투하는 건 대체 뭔 조화야? 내 사람한테 접근하는 놈은 무조건 다 적이라는 발상이라면 스트레이트와 게이의 비율을 따지고 봤을 때 攻도 여자를 더 경계해야 하는 거 아냐? BL 월드라서 호모(차별용어)밖에 없다면야 뭐 할 말 없다만, 그럼 왜 受는 여자한테 경계심을 보이는 거냐고. 受 이퀄 여자라서? 미치겠군. 그럴 거면 뭐하러 男男을 해, 스트레이트 노멀 순정에서나 놀란 말이다. 기집애처럼 이쁘장하면 무조건 受라는 발상부터도 아주 글러먹었어. 남자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구먼. 얼굴 곱상한 놈들일수록 평소 울분에다 스트레스에다 콤플렉스가 쌓여서 어그레시~브한 개마초 되기 십상이구만. 어, 그래. 딱 공근 너처럼 말이다. 생각해 보면 것도 웃기는군, 왜 허구헌날 攻만 올라타고 헐떡헐떡 발정하는 건지 누가 설명 좀 해 봐. 受도 남자잖아. 10대엔 스물 세 시간은 섹스 생각하고 한 시간은 밥 생각하고 딸딸이 치다가 뇌까지 녹는다는 하반신만 산 발정기 짐승이란 말이다. 지가 무슨 금욕을 맹세한 성직자라고 얌전히 앉아서 攻이 덤벼들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攻이라서 무조건 공격적이고 受라서 수동적이냐. 웃기고 자빠졌네. 아 그리고 또...."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만해 백부!!"
미친듯이 삼천포로 가는 가도를 폭진하는 친우 겸 주군 겸 의형의 옷자락을 주유는 울면서 붙들고 늘어졌다.
실은 평소 관리인의 의문.
일장연설을 도중에 훼방받고도 별달리 싫은 기색 없이 손책은 마무리를 지었다.
"이건 그거야 그거. 먼저 말 꺼내서 먼저 납득시킨 놈이 쟁취하는 서바이벌 시스템이라고."
뭔가 이상하긴 한데 반박하기가 어렵다.
"자, 알았으면 냉큼 상납해라 공근. 설마 주군의 기대를 실망시키진 않겠지?"
뭐가 알았으면인지 한 개도 모르겠지만, 심히 강인하게 그쪽으로 몰고 가 또다시 압박을 쌔워대는 친우를 주유는 흰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냥 처음부터 당신 입맛이 땡겼을 뿐이라고 솔직히 말씀하시죠.
흰눈으로 쳐다보았자 어차피 의형의 땡깡을 씹을 만큼 독하지는 못한 게 주유의 비극이었다.
사실은.
"........오푸스 말고도 있는데, 그건 필요없어?"
"─공근."
"왜?"
"역시 난 장가 안 갈란다."
"갑자기 뭐야!?"
"벌써 끝내주게 마음씀씀이 좋은 마누라가 있는걸. 바로 여기♡"
"백부─────!!!!!!" -_-++++
男男 커플에서 - 실은 어디서도 - 통하는 발렌타인 데이의 법칙.
먼저 신경 써서 챙긴 쪽이 패배견.
뭐, 언제나 반한 쪽이 약자인 법이다.
이야말로 세상의 진리. 경사났네 경사났어.
満足したから、もう言うことは何も…쿠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