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사막에서는 물 한 방울도 귀중한 보고
Chapter 2.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는 뻘소리는 작작하고 그냥 건너라
Chapter 3. 무모함이 도를 넘으면 귀신도 질린대더라
Chapter 4. 남자의 헌팅 대사는 예나 지금이나 발전이 없다
Chapter 5. 바보와 가위는 쓰기 나름
Chapter 6. 잠자는 공주는 원래 변태성욕자의 이야기라죠
Chapter 7. 애들은 모르는 사이에 알아서 자란다
Chapter 8. 참을성도 삼세 번까지
Chapter 9. 나쁜 일은 언제나 한꺼번에 터진다
Chapter 10.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데 정말이긴 한 거냐
Epilogue. 그리고,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Chapter 4. 남자의 헌팅 대사는 예나 지금이나 발전이 없다
사내들이 앞다투어 내미는 물을 세츠나가 한 대 치고 뺏어갈 때까지 동이로 들이킨 록온은, 모래폭풍을 뒤집어쓰고 허여멀건해진 군복을 대충 벗어 아무한테나 던져준 후 아이가 내준 족장의 자리에 체면불구하고 통나무처럼 쓰러져 편안한 잠을 만끽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고, 옆자리에 등을 지고 앉은 세츠나는 모닥불을 보고 있었다.
"──록온 엘 스트라토스."
기척으로 록온이 일어난 것을 잽씨덕 눈치챈 아이는 조낸 뜬금없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대체 뭐라 답변해야 모범 답안일지 알쏭달쏭해진 록온이 헤매는 사이 세츠나는 시선을 돌리며 가차없이 뒷말을 이었다.
"몇 번 들어도 괴상하군."
"얌마 너까지 이러기냐. 티에리아한테 한 소리 들은 걸로 됐거든……!?"
카이로 하늘 밑의 머레이 장군이 악성 변비에나 걸려 후장 출혈로 고통받길 기원하며 쓰디쓴 눈물을 삼키다 록온은 코드네임 사이에 불쑥 끼어들은 한 음절을 그제야 깨달았다.
"어? 근데 웬 엘?"
"만장일치였다. 네겐 그럴 자격이 있어."
"으윽 쑥스럽게."
"싫은가?"
"아니, 오히려 영광이지만."
라일이 듣는 날엔 나 그런 사람 모른다 외면당할 것 같다고 록온은 괴롭게 꿍시렁거렸다. 세츠나는 큼지막한 눈을 깜박였다.
"라일?"
"동생이야."
"예전에 이야기한."
"응."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소중하고 귀하고 이쁘고 기타 등등한."
"오 잘 기억하네 세츠나. 응, 눈에 넣어도 안 아프고 보기만 해도 배부르고 핥아도 질리지 않는 내 동, 커헉! ……뭐하는 거야 세츠나!?"
"미안하군. 발이 미끄러졌다."
"넌 앉은 자세에서 발이 미끄러지면 사람 정수리를 찍습니까!"
"동생도 그냥 스트라토스인가."
"씹었다!?"
"동생도 그냥 스트라토스인가."
"와아 씹는 스킬만은 전국구일세. 야 너 정말 닥치고 들이대고 보는 그놈의 버릇부터 어떻게 좀,"
"동.생.도. 그.냥. 스.트.라.토.스.인.가."
"아 예에 예, 대답하면 되잖아요, 대답하면……! 무서우니까 그만 압박해! ……아니, 디란디야. 라일 로렌스 디란디."
"디란디?"
"내 진짜 이름. 닐 로렌스 디란디."
"……이름에도 진짜와 가짜가 있나?"
"어른과 영국의 사정은 좀 복잡합니다."
"그런가. 영국인에겐 이름을 고를 자유가 있단 말이로군."
"어……뭐……그런 셈 치지?"
"내가 보기엔 엘 스트라토스가 낫다."
"……낫냐……?"
"어차피 둘 다 이상해."
"운다! 정말 웁니다!!"
그러고도 한동안을 더 조곤조곤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다 록온은 어느 틈엔가 두 번째로 까무룩하니 잠이 들었고, 세츠나는 사려 깊게 흐트러진 담요를 끌어올려 목까지 꼭꼭 덮어주었다.
그리고 다훔이 모처럼 정성껏 주무르고 빨아 널어놓은 옷을 죄 걷어 몽땅 불을 질러버렸다.
‡ ‡ ‡ ‡ ‡
죽다 살아온 주제에 졸리지도 않는지 뭔가의 허리와 그 아래 부위의 감촉에 대해 숨죽인 동료들에게 주구장창 자랑을 늘어놓는 가심의 대갈통을 세츠나가 칼등으로 후려치는 사건이 새벽녘에 발생하긴 했지만, 피가 조금 튀었으되 아무도 죽지는 않았고 모두가 행복했다.
역시 록온만 모르는 뒷이야기다.
‡ ‡ ‡ ‡ ‡
한껏 발돋움을 한 세츠나는 적절한 각도로 수그린 갈색 곱슬머리 위에 새하얀 두건을 마지막으로 눌러씌우고, 세심하게 천자락을 다듬어 마무리까지 마친 후, 뒤로 몇 발짝 물러나 결과물을 만족스레 바라보며 설명했다.
"베니 웨지의 셰리프가 입는 옷이다."
록온은 몸을 감싼 하얗디 하얀 천의 아랍 의상을 굽어보고 쑥스럽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가 아는 한 영국인에게는 처음으로 베풀어진 특례였으니 기뻐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미 한 줌 잿더미로 화한 군복의 운명을 개탄할 사람은 어차피 머레이 장군이지 그가 아니었고.
무표정한 듯 보이나 실은 은근히 우키우키하고 있는 세츠나는 귀여웠고 이유는 몰라도 하리스의 여러분은 쿠루마다표 눈물을 폭포수처럼 쏟으며 열렬히 박수를 치고 있었으므로, 어쩐지 옷이 얼마 전 사진으로 본 베니 위지의 셰리프가 입는 혼례복과 비슷하다는 사실은 과감히 무시했다. 아무렴, 이런 곳에 혼례복이 있을 리 없잖겠는가.
‡ ‡ ‡ ‡ ‡
한 바퀴 돌고 와 보라는 세츠나의 권유를 받아들여 뒤나메스에 올라 캠프를 뒤로 한 록온은, 낙타의 경쾌한 움직임에 맞추어 물 흐르듯 흐르는 소매의 선이 너무나 유려했고 간밤에 잠을 지나치게 잘 잤으며 박수와 찬사가 내심 해피해피했으므로 주책머리를 잠시 내려놓고 체면에 살고 죽는 영국신사도 가끔씩 발작적으로 느끼는 패션쇼의 충동에 더럭 사로잡혔다.
바위를 돌아들어간 곳에서 뒤나메스를 세우고 훌쩍 뛰어내린 그는 얼마 남지도 않은 사회인의 양심으로 주위를 재빨리 둘레둘레 살핀 후, 약간 데자뷔가 느껴지지 않는 것도 아니었지만, 햇살마저 투과하는 새하얀 천을 팔랑이며 엄마 코트를 걸치고 거울 앞에 선 사춘기 소녀마냥 가락 맞춰 빙그르르 돌아보았다. 우햐아 곱게 접어 나빌레라는 소매의 감촉이라니.
사춘기 소녀를 좀 더 이해하고 내친 김에 이번에는 팔을 양쪽으로 쫘아악 벌렸다. 그렇다 남자는 나이를 몇 개 잡수어도 마음만은 소년이고 비행기 놀이는 영원한 바이블인 법. 록온은 크게 원을 그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홀로 물이 올라 아싸 좋다고 입으로 부우우웅 소리까지 내며 희희낙락하던 시간은, 그러나 오래 가진 못했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서 록온을 뚫어져라 주시하는 청년과 눈이 탁 마주쳤으니까.
호기롭게 들어올린 록온의 팔이 얼어붙었고, 급기야는 아래로 맥없이 떨어졌으며, 그의 너덜너덜해진 정줄은 있는 힘껏 비명을 지르며 전력을 다해 쥐구멍에 머리를 쑤셔박았다. 24년 인생 통틀어서 당한 쪽보다 더 많은 쪽을 요 몇 달 사이에 다 당한 것 같은데 대체 무슨 마가 끼였는진 오로지 신만이 아시리라.
그 와중에도 투철하게 따로 놀기를 고수하는 직업근성은 상대를 신속히 관찰하고 있었다. 한쪽 눈을 가린 녹색이 감도는 까만 머리카락. 눈은 은회색. 나이는 열 아홉에서 스물 하나. 6피트 3인치의 장신에 체중은 약 175파운드, 빈틈없이 두른 군청색의 로브 밑으로 조낸 완벽한 늉근늉근이 멜론처럼 부풀어오른 몹시도 당당한 풍채의 청년이었다. 비록 낙타도 심지어는 말조차도 아닌 4피트짜리 조랑말을 타고 양쪽 발은 모래에 푹 파묻혀 있었지만.
청년은 주인이 꽤나 버거워 보이는 조랑말을 몰아 언덕을 내려왔다. 모래 위에는 말발굽 자국과 질질 끈 두 줄이 남겨졌다.
몸짓에는 바늘 한 개 찔러박을 허점조차 보이지 않았다. 전사로서는 틀림없이 일급이다. 아마 세츠나보다도 우위이리라. 호웨이타트인가? 록온은 긴장으로 몸을 굳혔다.
록온의 10피트 앞까지 다가온 청년은 천천히 입을 열어, 말했다.
"당신은, 천사인가요?"
롱롱어고우 파파어웨이한 갤럭시 어드메 초즌원의 작업 멘트를.
"…………………………………………………………………………………………………………………………………………………………………………………
………………………………………………………………………………………………………………………………………………………………………………예?"
‡ ‡ ‡ ‡ ‡
세간에 널리 알려진 전설에 따르면.
<사막의 호랑이> 알렐루야 아우다 아부 타이와 록온 스트라토스 즉 닐 로렌스 디란디 중위는 반 시간여의 불꽃 튀는 접전 끝에 마침내는 서로의 기량을 인정하고 싸나이의 굳은 우정을 맺었다 하지만 실은 죄 뻥이고, 천사크리에 이은 "제 2부인이 되어 주세요!" 한 방으로 록온의 남은 정줄마저 아득한 사상의 지평선 너머까지 날려갔으며 치열한 칼부림은 오히려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록온을 수상쩍게 여겨 쫓아온 세츠나와 부지불식간에 가르마의 방향과 눈색이 바귀고 미친놈처럼 뜬금없이 지 이름을 고래고래 외쳐대는 알렐루야 사이에 벌어졌고 록온은 섣불리 좀 말리려다 아까운 옷이 찢어지는 불상사만 겪었으며 그나마 10분 가량 지속된 개싸움은 말을 타고 달려온 은발의 소녀 ─ 후에야 알았지만 알렐루야의 첫째 부인이었다 ─ 가 남편에게 그림같이 멋진 백드롭 → 스피닝 버드킥 → 저먼스플렉스의 3단 콤보를 작렬시킴으로써 불명예스럽게 중단되었다.
전설이란 원래 다 그런 것이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고, 옆자리에 등을 지고 앉은 세츠나는 모닥불을 보고 있었다.
"──록온 엘 스트라토스."
기척으로 록온이 일어난 것을 잽씨덕 눈치챈 아이는 조낸 뜬금없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대체 뭐라 답변해야 모범 답안일지 알쏭달쏭해진 록온이 헤매는 사이 세츠나는 시선을 돌리며 가차없이 뒷말을 이었다.
"몇 번 들어도 괴상하군."
"얌마 너까지 이러기냐. 티에리아한테 한 소리 들은 걸로 됐거든……!?"
카이로 하늘 밑의 머레이 장군이 악성 변비에나 걸려 후장 출혈로 고통받길 기원하며 쓰디쓴 눈물을 삼키다 록온은 코드네임 사이에 불쑥 끼어들은 한 음절을 그제야 깨달았다.
"어? 근데 웬 엘?"
"만장일치였다. 네겐 그럴 자격이 있어."
"으윽 쑥스럽게."
"싫은가?"
"아니, 오히려 영광이지만."
라일이 듣는 날엔 나 그런 사람 모른다 외면당할 것 같다고 록온은 괴롭게 꿍시렁거렸다. 세츠나는 큼지막한 눈을 깜박였다.
"라일?"
"동생이야."
"예전에 이야기한."
"응."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소중하고 귀하고 이쁘고 기타 등등한."
"오 잘 기억하네 세츠나. 응, 눈에 넣어도 안 아프고 보기만 해도 배부르고 핥아도 질리지 않는 내 동, 커헉! ……뭐하는 거야 세츠나!?"
"미안하군. 발이 미끄러졌다."
"넌 앉은 자세에서 발이 미끄러지면 사람 정수리를 찍습니까!"
"동생도 그냥 스트라토스인가."
"씹었다!?"
"동생도 그냥 스트라토스인가."
"와아 씹는 스킬만은 전국구일세. 야 너 정말 닥치고 들이대고 보는 그놈의 버릇부터 어떻게 좀,"
"동.생.도. 그.냥. 스.트.라.토.스.인.가."
"아 예에 예, 대답하면 되잖아요, 대답하면……! 무서우니까 그만 압박해! ……아니, 디란디야. 라일 로렌스 디란디."
"디란디?"
"내 진짜 이름. 닐 로렌스 디란디."
"……이름에도 진짜와 가짜가 있나?"
"어른과 영국의 사정은 좀 복잡합니다."
"그런가. 영국인에겐 이름을 고를 자유가 있단 말이로군."
"어……뭐……그런 셈 치지?"
"내가 보기엔 엘 스트라토스가 낫다."
"……낫냐……?"
"어차피 둘 다 이상해."
"운다! 정말 웁니다!!"
그러고도 한동안을 더 조곤조곤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다 록온은 어느 틈엔가 두 번째로 까무룩하니 잠이 들었고, 세츠나는 사려 깊게 흐트러진 담요를 끌어올려 목까지 꼭꼭 덮어주었다.
그리고 다훔이 모처럼 정성껏 주무르고 빨아 널어놓은 옷을 죄 걷어 몽땅 불을 질러버렸다.
죽다 살아온 주제에 졸리지도 않는지 뭔가의 허리와 그 아래 부위의 감촉에 대해 숨죽인 동료들에게 주구장창 자랑을 늘어놓는 가심의 대갈통을 세츠나가 칼등으로 후려치는 사건이 새벽녘에 발생하긴 했지만, 피가 조금 튀었으되 아무도 죽지는 않았고 모두가 행복했다.
역시 록온만 모르는 뒷이야기다.
한껏 발돋움을 한 세츠나는 적절한 각도로 수그린 갈색 곱슬머리 위에 새하얀 두건을 마지막으로 눌러씌우고, 세심하게 천자락을 다듬어 마무리까지 마친 후, 뒤로 몇 발짝 물러나 결과물을 만족스레 바라보며 설명했다.
"베니 웨지의 셰리프가 입는 옷이다."
록온은 몸을 감싼 하얗디 하얀 천의 아랍 의상을 굽어보고 쑥스럽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가 아는 한 영국인에게는 처음으로 베풀어진 특례였으니 기뻐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미 한 줌 잿더미로 화한 군복의 운명을 개탄할 사람은 어차피 머레이 장군이지 그가 아니었고.
무표정한 듯 보이나 실은 은근히 우키우키하고 있는 세츠나는 귀여웠고 이유는 몰라도 하리스의 여러분은 쿠루마다표 눈물을 폭포수처럼 쏟으며 열렬히 박수를 치고 있었으므로, 어쩐지 옷이 얼마 전 사진으로 본 베니 위지의 셰리프가 입는 혼례복과 비슷하다는 사실은 과감히 무시했다. 아무렴, 이런 곳에 혼례복이 있을 리 없잖겠는가.
한 바퀴 돌고 와 보라는 세츠나의 권유를 받아들여 뒤나메스에 올라 캠프를 뒤로 한 록온은, 낙타의 경쾌한 움직임에 맞추어 물 흐르듯 흐르는 소매의 선이 너무나 유려했고 간밤에 잠을 지나치게 잘 잤으며 박수와 찬사가 내심 해피해피했으므로 주책머리를 잠시 내려놓고 체면에 살고 죽는 영국신사도 가끔씩 발작적으로 느끼는 패션쇼의 충동에 더럭 사로잡혔다.
바위를 돌아들어간 곳에서 뒤나메스를 세우고 훌쩍 뛰어내린 그는 얼마 남지도 않은 사회인의 양심으로 주위를 재빨리 둘레둘레 살핀 후, 약간 데자뷔가 느껴지지 않는 것도 아니었지만, 햇살마저 투과하는 새하얀 천을 팔랑이며 엄마 코트를 걸치고 거울 앞에 선 사춘기 소녀마냥 가락 맞춰 빙그르르 돌아보았다. 우햐아 곱게 접어 나빌레라는 소매의 감촉이라니.
사춘기 소녀를 좀 더 이해하고 내친 김에 이번에는 팔을 양쪽으로 쫘아악 벌렸다. 그렇다 남자는 나이를 몇 개 잡수어도 마음만은 소년이고 비행기 놀이는 영원한 바이블인 법. 록온은 크게 원을 그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홀로 물이 올라 아싸 좋다고 입으로 부우우웅 소리까지 내며 희희낙락하던 시간은, 그러나 오래 가진 못했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서 록온을 뚫어져라 주시하는 청년과 눈이 탁 마주쳤으니까.
호기롭게 들어올린 록온의 팔이 얼어붙었고, 급기야는 아래로 맥없이 떨어졌으며, 그의 너덜너덜해진 정줄은 있는 힘껏 비명을 지르며 전력을 다해 쥐구멍에 머리를 쑤셔박았다. 24년 인생 통틀어서 당한 쪽보다 더 많은 쪽을 요 몇 달 사이에 다 당한 것 같은데 대체 무슨 마가 끼였는진 오로지 신만이 아시리라.
그 와중에도 투철하게 따로 놀기를 고수하는 직업근성은 상대를 신속히 관찰하고 있었다. 한쪽 눈을 가린 녹색이 감도는 까만 머리카락. 눈은 은회색. 나이는 열 아홉에서 스물 하나. 6피트 3인치의 장신에 체중은 약 175파운드, 빈틈없이 두른 군청색의 로브 밑으로 조낸 완벽한 늉근늉근이 멜론처럼 부풀어오른 몹시도 당당한 풍채의 청년이었다. 비록 낙타도 심지어는 말조차도 아닌 4피트짜리 조랑말을 타고 양쪽 발은 모래에 푹 파묻혀 있었지만.
청년은 주인이 꽤나 버거워 보이는 조랑말을 몰아 언덕을 내려왔다. 모래 위에는 말발굽 자국과 질질 끈 두 줄이 남겨졌다.
몸짓에는 바늘 한 개 찔러박을 허점조차 보이지 않았다. 전사로서는 틀림없이 일급이다. 아마 세츠나보다도 우위이리라. 호웨이타트인가? 록온은 긴장으로 몸을 굳혔다.
록온의 10피트 앞까지 다가온 청년은 천천히 입을 열어, 말했다.
"당신은, 천사인가요?"
롱롱어고우 파파어웨이한 갤럭시 어드메 초즌원의 작업 멘트를.
"…………………………………………………………………………………………………………………………………………………………………………………
………………………………………………………………………………………………………………………………………………………………………………예?"
세간에 널리 알려진 전설에 따르면.
<사막의 호랑이> 알렐루야 아우다 아부 타이와 록온 스트라토스 즉 닐 로렌스 디란디 중위는 반 시간여의 불꽃 튀는 접전 끝에 마침내는 서로의 기량을 인정하고 싸나이의 굳은 우정을 맺었다 하지만 실은 죄 뻥이고, 천사크리에 이은 "제 2부인이 되어 주세요!" 한 방으로 록온의 남은 정줄마저 아득한 사상의 지평선 너머까지 날려갔으며 치열한 칼부림은 오히려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록온을 수상쩍게 여겨 쫓아온 세츠나와 부지불식간에 가르마의 방향과 눈색이 바귀고 미친놈처럼 뜬금없이 지 이름을 고래고래 외쳐대는 알렐루야 사이에 벌어졌고 록온은 섣불리 좀 말리려다 아까운 옷이 찢어지는 불상사만 겪었으며 그나마 10분 가량 지속된 개싸움은 말을 타고 달려온 은발의 소녀 ─ 후에야 알았지만 알렐루야의 첫째 부인이었다 ─ 가 남편에게 그림같이 멋진 백드롭 → 스피닝 버드킥 → 저먼스플렉스의 3단 콤보를 작렬시킴으로써 불명예스럽게 중단되었다.
전설이란 원래 다 그런 것이다.